무자비 총기난사 60년 대에도... 텍사스 시계탑 사건

[월드투데이 신하은 기자] 미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4%를 차지하는 반면 소형 총기를 소지한 비율로는 세계이 40%에 달한다. 2017년 기준 미국의 1인당 총기 개수는 120정 정도로 추산되었다. 총기 소지 규정이 까다로운 노르웨이는 25정, 캐나다는 34정, 한국은 1정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수적이며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권리가 있다' 미국 수정헌법 2조로 보장된 국민의 '무장할 권리'.  1775년 독립전쟁 당시 메사추세츠주 렉신텅에서 영국군에게서 큰 승리를 얻은 민병대의 활약. 독립을 가져다 준 승리와 총은 미국인들에게 독립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자가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총기규제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 시간동안 전세계를 경악케 했던 '미국 최악의 총기 사건'에 대해 알아본다. 


 

 

샌 이시드로 맥도날드 학살 사건

1984년 7월 18일 캘리포니아주 샌 이시드로의 맥도날드 매장에 한 남성이 이스라엘제 우지(Uzi) 기관단총과 윈체스터 엽총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마구잡이로 총을 쏴 가게 안에 있던 어른 21명과 아이들 등 20명을 살해했다. 이후 1시간 가량 벌인 뒤 경찰특공대(SWAT) 저격수의 총에 사살됐다.

41세세 남성 제임스 허버티는 범행 사흘 전 아내에게 자신이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틀 뒤인 7월 17일에는 정신과 병원에 찾아가 진료 예약을 문의하기도 했다. 

사진=ABC News 화면 캡쳐
사진=ABC News 화면 캡쳐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정신과에서 예약 확인 전화가 걸려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갑자기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갔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안정을 찾은 듯했다. 

그러던 이튿날 범행을 저질렀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허버트는 보안요원과 용접공 등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으나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것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점점 외골수가 됐다고 한다. 

맥도날드 총기난사 사건은 뒤에 '피의 수요일(Bloody Wednesday)'이라는 스릴러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사진=Prism Entertainment 제공 
사진=Prism Entertainment 제공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12년 12월 14일 오전 9시 35분,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에서 20세 청년 애덤 란자가 6세에서 7세 사이의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을 포함해 26명을 총으로 살해하였다. 란자는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범행 전 란자가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총을 쏜 것으로 밝혀졌다. 어머니 낸시 란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미국 역사상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가장 치명적인 총기 사건으로, 사건 이후 신원조회 시스템 보편화 정책과 10발 이상의 탄약을 가진 특정 종류의 반자동 총기 및 잡지의 판매와 제조를 금지하는 등 미국의 총기 규제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 11월 아동보호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란자는 비록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 및 정신장애를 겪었지만 "살인 행위를 유발하지 않았다"라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이어 "그의 심각하고 악화되고 있는 내면화된 정신 건강 문제들은 폭력에 대한 비정상적인 선입견과 함께  치명적인 무기에 대한 접근은 대량 살인의 비법이 되었다"고 말했다.

사진=ABC News 화면 캡쳐
사진=ABC News 화면 캡쳐

 

텍사스 시계탑 총기난사

1966년 8월 1일 해병대 전역병 찰스 휘트먼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 캠퍼스의 시계탑에 올라가 총을 쏴 16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 휘트먼은 전날 아내와 어머니를 먼저 살해하고, 유서를 썼다. 유서에 “요 며칠 사이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모호한 문구만 가득했던 것으로 보아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튿날인 사건 당일 아침, 집에서 나와 총기 관련 잡지들과 유니버설 M1 카빈총, 탄약 8상자를 샀다. 또 창고에 숨겨놓고 있던 엽총과 레밍턴 소총, 35구경 칼리버 소총, 30구경 M1, 루거 권총, M19 소총, 매그넘 리볼버 등 대량의 무기와 식량, 커피, 비타민, 물, 쌍안경, 트랜지스터라디오 등을 잔뜩 싸 들고 집을 나섰다. 

정오가 되기 전 텍사스대학에 도착한 그는 위조한 연구보조원 신분증으로 캠퍼스에 들어갔고, 대학본부 건물 위쪽 시계탑에 올라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사진=FOX 뉴스 화면 캡처
사진=FOX 뉴스 화면 캡처

첫 희생자는 18세의 여학생 클레어 윌슨은 당시 임신 8개월째였으며 약혼자와 함께 있었다. 33세 수학자, 23세 전기공학도, 17세 신문배달 소년 등이 잇달아 쓰러졌다. 경찰 특수부대가 시계탑에 진입했고, 경찰 저격수들이 그를 사살했다.

휘트먼은 무기와 탄약을 대량 구비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전 여러 병원을 돌며 약물처방을 받을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이 사건은 ‘도시 테러’에 대한 공포를 낳았으며, 범행 동기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나왔다. 

약물 중독 상태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부검이 실시됐으나 범행 동기를 짐작게 할 단서는 없었다. 당시 텍사스 주지사였던 존 코널리의 지시로 ‘코널리 위원회’라 불리는 조사 위원회가 구성돼 부검 절차 등 조사 과정과 피해자 지원책을 만들었다. 경찰들이 범인을 사살한 것이 과잉진압이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벌어졌으나, 뒤에 법원이 경찰의 ‘정당한 살해’로 판결했다.

사진=FOX 뉴스 화면 캡처
사진=FOX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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