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갈매기' 오는 28일 개봉
일상적이지만 담담하고 날카롭다, 영화 '갈매기'
![[사진=영화사 진진]](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597_205653_618.jpg)
[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낯선 연출과 낯선 얼굴들을 채우는 결코 낯설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갈매기(김미조 감독)'는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오복'은 첫째 딸 '인애'의 결혼을 앞두고 시작된다. 일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엄마 '오복'은 시장 동료에게 험한 사건을 당하게 되고 어찌할지 바를 모른다.
한편, '오복'은 용기내어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비판에 다시한번 좌절한다.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세상 속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 없다 느낀 '오복'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맞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놀랍도록 일상적인 모습을 담담하고 단단하게 그려낸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작은 새로웠다. 첫 장편 연출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묵직함과 장면 마다의 여백은 영화 보단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올 만큼 극적인 현실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 '갈매기'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영화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신동민 감독)'와 함께 공동 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이 외에도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특별언급, 제28회 함부르크영화제, 제36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제57회 대만금마장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하며, 감독에 대한 언론과 평단의 이목도 집중된 바 있다.
김미조 감독은 앞선 단편작 '혀(2017)', '혐오가족(2019)'를 선보이며 실험적인 연출로 '문제적 감독의 문제적 단편'으로 회자된 바 있다. 신인 감독다운 과감한 연출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의 놀라운 극적 짜임새는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증명된다.
중년 여성의 미투를 다루고 있는 '갈매기'는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게 성폭력 자체의 묘사를 배제시켰다. 구체적 장면 묘사보다는 하혈의 흔적으로 관객들이 사건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영화 초반, '오복'은 사건의 해결보다는 하혈의 흔적을 지우거나 시장에 나가지 않는 방법으로 사건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형화된 피해자의 모습을 탈피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도 2차 가해는 존재한다.
자신의 피해를 밝히며 의연한 태도로 사건을 마주하는 '오복'을 멈추게 하는 상인들의 모습은 성폭력 가해자에게 유독 너그러웠던 사회 인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전한다. 가해자이자 동료인 '기택'에게 아무런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는 '기택'의 가해 행위와, 행위 이후 시장 상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갈매기'는 참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더하지 않는 김 감독의 결단력 있는 -(마이너스)연출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최소한의 무빙과 테이크로 사실감을 극대화한 촬영 연출부터 각 캐릭터의 극적 몰입감을 높이는 생활 연기는 그의 연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영화의 전반을 김미조 감독이 이끌었다면 영화의 결정체는 배우 정애화의 몫이었다. 정애화는 '오복'으로서 극의 모든 장면을 채우며 자신의 존엄을 외친다. 올해로 데뷔 24년 차를 맞이한 그녀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하고 인상적인 필모를 채워온 베테랑 배우이다. 이미 독립영화에서 수많은 필모를 써온 그녀가 이전과는 다른 또 다른 도전으로 필모를 채운 것이다.
정애화가 보여준 '오복'은 묘했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를 보는 듯한 고집스럽고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볼 수 없었던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와 한 여성 사이에 있는 '오복'의 모습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이 빛나게 만들었다.

한편, 영화 '갈매기'는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