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호황으로 인한 물질주의와 소비주의
신여성의 등장과 재즈와 보드빌의 성행
![[사진=영화 시카고 포스터, 미라맥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600_205665_815.jpg)
[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9,690회 이상 공연되며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연한 미국 뮤지컬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시카고’는 2002년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제75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시카고’를 통해 192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사진=미국 시카고, 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600_205666_1334.jpg)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최고의 호황을 경험하며 생활상과 사고관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과는 달리 미국 본토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들에 제공한 군수물자와 신용대출 등으로 엄청난 이윤을 획득했고, 세계 최강국으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은 기업들의 전성기이자 황금기였다. 전쟁 당시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기업들의 합병과 독점이 활개 쳤고,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며 자유방임주의가 널리 퍼졌다.
헨리 포드의 대량 생산 방식 도입으로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이는 연관된 다른 산업들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졌고, 철강업, 석유산업, 토목업, 주택 건설업, 생활 가전 시장 등이 급격히 성장했다.
![[사진=영화 시카고 스틸컷, 미라맥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600_205667_1520.jpg)
전쟁에 나간 남성 노동자들을 여성들이 대체하고, 전후에도 경제 호황으로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도 늘어났다.
정숙한 숙녀, 순종적인 가정주부에서 벗어나 짧은 스커트와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고 단발머리를 하는 등 종래의 규범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입고 행동하는 ‘플래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남성과 같이 바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담배와 술을 즐겼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허무와 환멸을 느꼈던 사람들은 이제 넘쳐나는 부와 물질을 향락하게 됐다. 자연스레 ‘인생을 즐기자’는 풍조가 나타났고,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미국의 전통적 청교도 정신을 압도했다.
물질적 부는 증가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점점 더 빈곤해지는 혼란의 상황 속에서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것이 선호되고, 도피성 향락이 만연해졌다.
고상한 클래식 대신 놀고 마시기 좋은 재즈가 성행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초창기 재즈는 다양한 인종이 혼재했던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킹 올리버(King Oliver),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등이 이 시기 활동한 대표적인 재즈 음악가이다. 본래 흑인들 사이에서 탄생한 음악 장르인 재즈는 점차 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며 미국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진=영화 시카고 스틸컷, 미라맥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600_205675_2512.jpg)
프랑스에서 시작된 버라이어티 쇼 형태의 연극 장르인 보드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무용수와 가수, 배우, 곡예사, 마술사 등이 선보이는 다양한 예술 공연을 보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1920년대는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는 효율성, 생산성을 매우 중시했고, 이를 저해하는 술은 ‘악의 축’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1920년 1월 금주법이 시행됐지만 향락의 시대에 금주법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었다. 마피아 갱단들의 불법 밀주 유통이 만연했고, 이들이 큰돈을 벌어들이면서 권력을 장악했다.
특히 알폰소 카포네가 활동한 시카고에서는 각종 범죄와 부패한 사법 제도가 판을 쳤다. 거리에는 환락이 넘쳐나고 마피아들이 밀주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도시를 장악했으며, 살인과 총격전이 난무했다.
뮤지컬과 영화 시카고는 시가, 권총, 살인, 갱단, 무법천지, 보드빌, 재즈, 신여성 등 당시 시카고의 모습을 대표하는 소재를 사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영화 시카고 스틸컷, 미라맥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7/403600_205676_2610.jpg)
한편, 영화 시카고는 기자이자 희곡작가인 모린 달라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가 1926년 쓴 희곡 ‘용감한 여인(A Brave Little Woman)’으로부터 출발했다.
왓킨스의 원작은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르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적 존재인 밥 파시(Bob Fosse)에 의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밥 파시의 뮤지컬 시카고는 총 898회 공연되었고, 7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Walter Bobbie)가 밥 파시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안무가 앤 레인킹(Ann Reinking)과 함께 뮤지컬 시카고 리바이벌 공연을 만들어내며 또 한 번의 혁명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파시의 작품에서 진일보한 시카고는 세계 최고 권위 시상식의 55개 부문 뮤지컬 상을 휩쓸었고, 세계 36개국 500개 이상 도시에서 32,500회 이상 공연되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