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실패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인셀(incel)'
증가하는 여혐론자...현실에서 범죄 저질러

[월드투데이 노예진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이크 데이비슨(22)이 '비자발 순결남' 인셀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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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데이비슨(22)은 잉글랜드 남서부 데번주의 플리머스에서 5명을 총기로 살해했다. 그는 가장 먼저 플리머스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 맥신 데이비슨(51)에 총격을 가한 뒤 밖으로 뛰쳐나와 세 살짜리 여아 소피 마틴과 그녀의 아버지 리 마틴(43)을 살해했다.

이어 인근 공원에서 또 다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공격은 6분가량 이어졌고, 이후 데이비슨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슨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이 삭제되기 전까지 여혐론자인 '인셀(incel)'들이 몰려와 댓글을 달았다. 일부는 데이비슨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웠고, '최고의 남성'(supreme gentleman)이라 부르기도 했다.

인셀들 사이에서 '최고의 남성'은, 2014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6명을 살해한 엘리엇 로저를 지칭하는 말이다.당시 로저는 여성들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인셀(incel)은 '여성과 관계를 맺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성관계를 못 해본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비자발적인'이란 뜻의 '인볼런터리'(involuntary)와 독신주의자 또는 성관계를 하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셀리베이트'(Celibate)를 합친 신조어다.

인셀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진 않지만 계속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인셀은 대개 상황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며 여성혐오적인 태도를 보이며, 종종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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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슨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해 화가 난 상태였고, 온라인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미혼모에 대한 증오와 불평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데이비슨이 온라인에 올린 영상에는 인셀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또한 그는 한 영상에서 뱃살을 움켜쥐며 “난 여전히 성관계를 해본 적이 없고 뚱뚱하다”고 한탄했고, 여성들을 겨냥해 “단순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해당 영상에서 그는 여성들이 “평균 이하의 남성”을 무시한다며 성폭행을 정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 본부가 있는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는 데이비슨의 영상이 인셀들의 거점이 되고, 데이비슨의 범죄가 다른 인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셀들이 온라인을 벗어나 현실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014년엔 영국 포츠머스에선 당시 17세 청소년이 성관계를 못 해봤다는 이유로 여성 3명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

올해 초 온라인에서 폭탄제조법을 구매한 혐의로 체포된 케임브리지대 졸업생은 "엘리엇 로저처럼 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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