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Y2K스타일'...Z세대 열광
트루릴리전-챔피온-노티카-리 등 새 출발
![최근 지속적으로 Y2K패션을 선보이는 블랙핑크 제니 [사진=제니 SNS]](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627_207813_552.jpg)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최근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세기말 감성의 'Y2K' 패션이 Z세대들의 열광을 받으며 그 시절 유행했던 패션브랜드가 부활하고 있다.
패션계 전문가들은 최근 패션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를 'Y2K'라고 말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패션계 공식처럼 2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세기말 감성의 패션이 돌아왔다. 이에 3040대에게는 흑역사로 남을 것 같았던 Y2K 패션 아이템들이 '힙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며 Z세대의 아이콘 두아 리파, 벨라 하디드, 리한나 등 해외 스타들을 비롯해 블랙핑크 제니, 태연, 선미 등도 유행에 합류했다.
Y2K 패션이란
![레드벨벳 조이의 Y2K 콘셉트 앨범 재킷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627_207815_2216.jpg)
Y2K는 'Year 2 Kilos(1000)'을 축약한 명칭이다. 한 세기에서 다른 세기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던 1990년대 말 2000년 대 초, 대부분의 컴퓨터가 연도를 끝의 두자릿수만 인식하게 돼있어 2000년을 '00'으로 인식하게 되면 1900년과 혼동이 일어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대혼란인 '밀레니엄버그'를 뜻한다.
온갖 괴담이 돌며 불안과 희망이 혼재하는 혼란의 시대인 만큼 문화 전반에서 혁신적인 스타일이 쏟아졌다. 이에 '세기말적 감성'과 '미래적인 요소'가 합쳐진 독특한 분위기가 Y2K 패션의 특징이다. 골반이 드러날 정도로 내려 입은 청바지, 배꼽 보이는 짧은 상의, 과하게 반짝이는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들의 조합이 전해주는 느낌의 룩을 말한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와 Z세대의 열광

현재 Y2K 트렌드를 이어가는 것은 Z세대(90년대 중반~00년대 초 출생자)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반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2000년대 초 밀레니얼 스타일을 실제로 겪은 1980년대~90년대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펜데믹으로 외부 생활에 제약이 생긴 대중들은 '집콕' 생활을 하며 각종 동영상 서비스에 집중했다. 새롭고 다양한 볼거리를 찾던 이들은 2000년 전후 제작된 '가십걸', '킹카로 살아남는 법' 등 하이틴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접한 Z세대는 당시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에 흥미를 느꼈고 이는 Y2K 패션의 부활로 이어졌다.
Z세대는 기존 Y2K 분위기에 서양 하이틴 감성을 녹여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이들 세대에서 Y2K패션의 흥행은 최신 패션보다 중고 패션을 선호하는 Z세대의 쇼핑 습성과도 연관된다. 1990년대 경제 호황기 속에서 자란 동시에 부모 세대인 X세대가 199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합리적 소비형태와 독특한 표현으로 개성을 추구하는 Z세대의 성향이 합쳐져 Y2K를 유행의 원동력이 됐다.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공숙 교수는 Y2K 스타일의 부활에 대해 "Z세대는 자기표현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그만큼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는 세대"라며 "자신의 생각을 활발하게 전달하고 공유했던 2000년대의 가치관이 지금 세대와 소통을 이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트로 패션? NO!
![Y2K 대표 아이템 '핑크색 트레이닝 복' 패션으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 [사진=핀터레스트]](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627_207816_2517.jpg)
Y2K패션은 '레트로'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레트로란 '응답하라 시리즈', '빈티지 패션' 등과 같이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향수'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과거를 곱씹고 즐기는 유행을 말한다. 하지만 Y2K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Z세대는 Y2K 시대 이후에 태어나 그 시절 문화를 겪지않았다. Z세대가 그들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2000년대 초반에 '향수'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미국 디지털 미디어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소셜 미디어에 더욱 의존하게 된 Z세대가 대중문화가 번성했던 2000년대 초반을 '틱톡'에서 발견하면서 당시의 청춘 문화와 패션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업계 전문가들은 Z세대가 단순히 과거 스타일을 즐긴다기보다 처음 경험한 개성 있고 독특한 패션을 미적 요소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Y2K 패션은 Z세대 가치관이 부합되어 신선하고 매력있는 문화 상품으로 재탄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트랜드랩 506 대표)는 "Y2K 패션에 대해 밀레니얼들은 자신들이 이미 입어본 패션이라 촌스럽게 느끼지만, 한 세대 건넌 Z세대에게는 새로울 수 있다"며 이어 "Y2K 패션의 대담하고 화려한 특징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Z세대에게 일종의 해방구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90년대 패션브랜드의 부활
![미국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 [사진=스타콜라보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627_207817_2711.jpg)
패션계가 2000년대에 주목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국내 패션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 젠틀몬스터 등 기존 브랜드가 Y2K 감성에 속속 합류하고 있으며 특히 당시 시대를 주름잡았던 브랜드들도 새 출발 소식을 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지현 데님으로 유명했던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이 돌아온다. 넉넉한 루즈핏과 '하이웨이스트' 하의가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Y2K로 인해 밑위가 짧은 '로우라이즈'가 부상하며 '트루릴리전'이 판매를 중단했던 2017년 이후 4년만에 재출시 소식을 알렸다.
2019년 재론칭한 '챔피온'은 예전 카탈로그 제품을 모티브로 한 빈티지 포토프린트 셔츠가 인기를 끌며 올 7월 매출이 전년 대비 100% 넘게 올랐다. 글로벌 데님브랜드 '리'는 올해 재론칭 직후부터 쇼핑몰 무신사 판매랭킹 10위권에 진입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강남 힙합 패션의 대표주자 '노티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스톰' 등도 컴백 행렬에 올라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