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고 고독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월드투데이 장지민 기자] 여기,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두 남자 아휘와 보영이 있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라는 보영의 한 마디면 늘 그와 재회하기를 택했던 아휘. 이별과 만남을 수없이 반복해온 그들의 사랑은 한없이 위태롭다.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영화 '해피 투게더'는 둘의 유토피아요, 사랑의 종착점을 상징하는 이과수 폭포를 향한 여정을 97분의 러닝타임 동안 여실히 그려낸다.

그러나 함께할 때면 두 사람은 자주 삐그덕거린다. 아르헨티나의 같은 방에 살고 있으면서 어째 그들의 마음의 거리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홍콩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픈 보영과 함께했을 때 가장 행복했다는 아휘의 말에서 제목의 역설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과수 폭포에 홀로 도착한 아휘. 그는 그려왔던 유토피아 속 보영의 빈자리를 통해 슬픔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보영도 이제는 아휘와의 기억만 남은 빈 방에서 그의 부재를 느끼며 오열한다.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아휘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고, 보영은 남는다. 그들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모두 대척점을 이루며 폭포를 향한 여정은 아픔을 머금은 채 끝맺어진다.

​아휘는 보영을 구속하려 했지만 보영은 너무나 자유분방했고, 아휘에게는 정말 마지막인 재회였지만 보영은 그것이 진정 마지막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눈앞에 서로를 두고 있어도 귀는 늘 닫혀 있으니 어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또다른 등장인물 장의 말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듣는 것이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라던 그의 말대로, 아휘와 보영이 서로에게 좀 더 귀 기울였다면 영화의 결말은 달라졌을까?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영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메인 포스터, 사진=(주)디스테이션]

영화 '해피 투게더'는 여느 커플처럼 만났다 헤어지는, 그 과정에서 웃기도 울기도 지지고 볶으며 싸우기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원제인 '​春光乍洩(춘광사설)'의 뜻인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처럼 그들에게 행복이란 찰나의 순간, 아주 잠시 머물다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슬퍼 말자.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니, 젊은 날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사랑의 파편으로부터 다시 새 싹이 돋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가 막을 내려도 배우들의 연기, 남미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음악, 왠지 모르게 향수를 자극하는 색감은 보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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