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아프간 정부 소속 군인과 정보요원 IS-K로 합류 중
테러를 자행하는 IS-K에 강력하게 맞대응하는 탈레반
탈레반 집권 이전에 진행하던 친환경 프로젝트 재개 요청
[월드투데이 이예찬 기자]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길 원하는 탈레반 정부와 IS-K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력을 키워가는 IS-K
지난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아프가니스탄의 옛 정보 요원들과 정예 군인들이 IS-K에 합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옛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하던 전직 군인과 경찰, 정보요원 수십만 명 중 일부가 탈레반을 피해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에 합류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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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정부군 관계자들이 IS-K와 손잡는 것은 이들이 현재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맞서는 유일한 무장 세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IS-K는 전직 요원들의 정보 수집 기법과 군사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 중이다.
일자리를 잃고 수입이 없던 전직 요원들에게 IS-K가 제공하는 상당한 현금도 전향 이유가 되고 있다. 전직 군인과 정보 요원들을 흡수하는 IS-K가 조만간 국제 테러 조직으로 세를 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불 북쪽에 사는 한 주민은 정부군 특수부대 고위 장교였던 자신의 사촌이 지난 9월 갑자기 사라진 뒤 IS-K의 멤버가 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전직 군인 4명이 최근 IS-K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26일 상원 군사 위원회에 출석해 IS-K가 "앞으로 6∼12개월 안에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S-K는 지난 8월 26일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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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IS-K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 작전 개시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의 전방위 공세에 밀려 현지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 대원 100여 명이 최근 투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EFE 통신은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당국이 "코아트, 바티코아트 지구에서 65명의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 대원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의 국호)에 항복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들은 다에시 대원으로 과거에 활동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현했다"라고 덧붙였다. 낭가르하르주는 IS-K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탈레반 홍보부는 35명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IS-K 그룹니 전날 추가로 투항했다고 밝혔다. 홍보부는 지역 원로가 반군의 투항을 중재하는 가운데 군사 작전까지 지속되면서 반군들이 항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복한 이들에 대해서는 탈레반 당국이 조건부 사면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내에 활동 중인 IS-K 대원 수는 약 2천 명으로 추산된다. IS-K는 이슬람 국가(IS)의 아프간 지부격으로 2015년에 결성됐다. 탈레반과 IS-K는 같은 수니파 무장 조직이지만 그간 심하게 대립해왔다. IS-K는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 협상을 벌인 점 등을 지적하며 온건하다고 비난해왔다.
![[공격당한 카불의 호텔.사진=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075_211161_3931.jpg)
그러면서 IS-K는 지난 8월 26일 카불 국제공항 자폭 테러로 약 180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후에도 카불, 동부 잘랄라바드 등에서 테러를 이어왔다. 지난달 8일과 15일에는 쿤두즈와 칸다하르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를 감행, 총 1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이에 탈레반은 최근 IS-K의 은신처를 습격하는 등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벌이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20일 "약 한 달간 다에시와 연계된 대원 25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 아프간 친환경 프로젝트 재개 요청한 탈레반
탈레반은 지난 8월 아프간 집권에 성공한 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개막한 것에 맞춰 탈레반도 정상 국가를 지향하며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자국 내에서 진행되던 친환경 프로젝트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탈레반 과도정부에 의해 유엔(UN) 대사로 임명된 수하일 샤힌은 "일부 기후 변화 프로젝트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간 에이드 등의 자금 지원으로 이미 승인된 상태"라며 이 프로젝트들은 전면적으로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26에 참여한 각 국의 정상들.사진=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075_211162_405.jpg)
샤힌 대사는 이런 작업은 기후 변화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프간 국민에게 취업 기회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의 국호)는 비정부기구(NGO)와 구호 단체의 작업에 치안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에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테러리즘 근절 등에서 달라진 모습을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탈레반은 이번 COP26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오랜 내전을 끝낸 탈레반은 아프간 재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약 10조 6천억 원) 이상이 동결된 데다 국제사회의 원조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와중에 가뭄, 기근, 물가 폭등, 실업자 폭증 등이 이어지는 중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24일 긴급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린이 등 수백만 명의 아프간 국민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 동결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