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전 대통령-현 대통령 양자 대결 형성
모루 전 장관, 정계 진출 선언이 여론의 흐름 바꿀까
브라질 대선 일정...1차 대선 10월 예정-2차 진행시 12월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되는 브라질 대선판도를 정리해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심은 어디에?

브라질 디지털 신문 '포데르 360'에 의하면 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 시행한 여론 조사 결과 대선 1차 투표 예상 득표율은 룰라 전 대통령 35%, 보우소나루 대통령 28%로 나왔다. 3위는 모루 전 장관이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서 만날 경우 52% 대 37%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가 예상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보다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며 둘 간의 격차가 줄었다.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가 양자 대결을 형성하는 가운데, 모루 전 장관이 정계 진출을 선언하며 여론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사진=보우소나루 대통령/AP,연합뉴스]
[사진=보우소나루 대통령/AP,연합뉴스]

◆여론조사 2위, 현 대통령 보우소나루

브라질의 '트럼프', '두테르테'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극우파 성향을 지닌 브라질 제38대 대통령이다.

2018년에 당선된 후 재임을 노리는 그는 코로나19 대응 논란, 환경보다 경제를 중요시한 정책, 성별 및 인종 차별 발언으로 여러 논란에 오른 바 있다. 최근에는 국정조사를 받으면서 탄핵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보우소나루 대통령/EP.연합뉴스]
[사진=보우소나루 대통령/EP.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빠지자 보우소나루는 포퓰리즘 전략으로 노선을 바꾸었다.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액을 월 190헤알에서 400헤알(약 8만4천500원)로 배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해당 발표 뒤 실제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폭의 지지율 상승으로 그가 여전히 우파 진영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한편 최근 그는 브라질의 전자투표제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중으로, 투표 결과 불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받고 있다.

[사진=룰라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사진=룰라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여론조사 1위, 전 대통령 룰라

여론조사 1위는 좌파 성향 정치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다.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으나 유력한 대선 후보다.

좌파 노동자당의 룰라는 2002년 대선과 2006년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했다. 퇴임 이후에도 좌파 진영에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대선에도 출마하고자 했으나 비리혐의로 기소 당해 수감되면서 출마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11월 8일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580일만에 석방됐다. 청렴, 부패척결을 중요시했던 룰라였던 만큼 이미지 타격이 컸다.

[사진=룰라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사진=룰라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판도가 바뀌게 된 것은 2021년 3월이다. 그의 기소에 외압이 있었음이 알려진 것이다. 그 동안의 유죄판결이 무효로 결정되며 정계복귀의 길이 열렸다. 좌파 지지자들은 내년 대선에 그가 후보로 출마하기를 바랐고, 룰라 전 대통령 역시 지난달 7일 프랑스 일간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출마할 생각이 있으며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밝히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었다. 더불어 룰라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출마하더라도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 ]
[사진=세르지오 모루 트위터]

◆변수, '부패수사 아이콘'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장관

여론조사 3위에 오른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변수'로 평가받는다.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연방판사 시절 권력형 부패 수사를 이끌며 명성을 얻었다. 모루 전 장관이 변수로 이야기되는 이유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중도 성향 정당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그가 정계 진출을 선언하며 모루 전 장관은 중도우파 정당 포데무스(Podemos) 입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모두에게 공정한 브라질'이라는 모토를 내걸은 그는 오는 10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포데무스 전당대회에서 공식 입당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세르지오 모루 트위터]
[사진=세르지오 모루 트위터]

모루 전 장관은 중도파들의 민심을 잡기 위해 발 바쁘게 뛰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사임한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장관 등 중도 진영 인사들을 만나고, 자유브라질운동(MBL) 등 시민단체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방판사 시절인 2014년 3월부터 권력형 부패 수사를 이끌어 명성을 얻었고, 2019년 초 출범한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경찰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를 거부하는 연방경찰청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자 반발하며 지난해 4월 사임했다.

이후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온 모루 전 장관은 부패 수사 당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검찰과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모루 전 장관이 아직은 3위에 그치지만 정계 진출을 선언한 만큼 금방 두자리수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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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대선은 1차, 2차가 있다?

그렇다면 내년 브라질 대선 일정은 어떻게 될까? 우선 10월에 1차 대선이 예정되어 있고, 만약 2차를 치르게 된다면 12월에 치른다.

이처럼 1,2차로 나눠진 까닭은 브라질 대선이 결선투표제 방식이기 때문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바로 당선되지만, 과반득표자가 없을 때는 득표율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는 결선투표다. 결선 투표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브라질 대통령은 4년 임기이며, 두 번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더불어 브라질은 다양한 선거를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한다. 지난 2018년 대선에는 상-하의원선거, 주 및 연방특별구 주지사-부주지사선거, 주의원선거, 연방특별구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또한 브라질 선거는 모두 의무투표제이며, 결선투표제, 전자투표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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