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관, 코로나19 확산 원인은 우한 연구소 사고... 미중 갈등 가중될 듯

[사진=
[사진=REUTERS]

[월드투데이 방신근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원인과 진원지에 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미중 대립에 의한 '신냉전'의 연장선에서 해당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 정보기관들에게 코로나19의 진원지를 색출하라고 지시한지 5개월 만에, 미국 한 정보기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들이 제출한 팬데믹 기원에 관한 보고서는 지난달 29일 기밀해제외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윈난성 박쥐들에서 퍼지기 시작해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전염되었다는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해당 가설은 구체적인 물증이 아닌 정황상 심증에만 의존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조작설

신종 코로나19에 관한 기원 및 확산 원인에 관한 논란은 코로나 확진이 처음 발생한 지난 19년 말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 논쟁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화학 무기로 제작하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진=GETTY IMAGES]

대표적으로 홍콩 옌리멍(Li-Meng Yan) 박사의 SARS-CoV-2 음모론 관련 논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발생하지 않고, 중국 정부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논문은 제노도(Zenodo)라는 출판 전 논문 플랫폼에 업로드되어 현재까지 조회 수 40만여 건, 다운로드 건수 29만여 건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언론계도 이 음모론 확산에 가담했는데,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그리고 조선일보 등과 같은 주요 언론들이 옌리멍의 주장을 기사화하며 보도대열에 참여했다.

문제는 제노도라는 출판전 논문 플랫폼은 엄격한 피어 리뷰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였다는 사실이다. 프리프린트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심사 받는 동안 학계의 동료들에게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작성된 논문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진=EPA]
[사진=EPA]

실제로 제노도에 실린 옌리멍 박사의 논문은 업로드 이후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명되었다. 옌 박사는 신종 코로나19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RBM)에서 유전자 조작 실험 때 흔히 쓰이는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의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지난해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제한효소가 작용하는 6자리 염기 부위가 맞아떨어지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며 "조작되었다는 과학적 증가는 없다"라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서 발표된 공동 성명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2월에 발표된 해당 공동성명서에 따르면, NCBI 유전자은행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SARS-Cov-2 바이러스가 유전체 조작이 아닌 자연 발생적으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이며, 중국 정부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19 기원 논란의 재점화

위와 같은 과학적 검증 과정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정부의 생화학 무기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링'되었다는 음모론을 잠식되었다.

[사진=EPA]
[사진=EPA]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귀책과 관련해 연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의 기원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정부가 '바이러스의 조작 여부'가 아닌 '바이러스의 지리적 기원'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조작되었다는 가설은 과학적 검증 절차에 의해 일축되었지만, 바이러스가 어떤 지역에서 연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 정부는 자연발생설을 포함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자연발생한 경우에도 중국 연구 기관에 의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출되었다면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 전 세계 확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미 정부는 주장한다.  

WHO의 엇갈린 보고

그동안 중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3월에 12일간 실시한 공동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우한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설'을 반박해왔다. 

해당 보고서에서 WHO는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 조사관 피터 벤 엠바렉(Peter Ben Embarek) 박사는 "중간숙주 동물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라며, 실험실에서 유출되었다는 가설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GETTY IMAGES]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대한 지적이 쇄도하며 "실험실 유출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사이언스(Science) 메거진에 저명한 과학자들은 WHO 보고서가 실험실 유출 이론을 단 몇 페이지 만에 기각했다며 비판했다. 이어서 그들은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자연과 실험실의 유출에 대한 가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이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ss) 박사는 "모든 가설은 여전히 열려 있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어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가?

[사진=AP]
[사진=AP]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와 관련한 미중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정보 당국에 특별 지시를 내려 우한 연구소 유출설을 주장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에 있는 생화학 실험실 유출설을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바이러스의 기원을 파악하는 문제가 G2의 알력 다툼으로 소비되어서는 안되며, 인류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해 정치 중립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