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막기 위한 세계회의, 오늘 폐막
예상외의 훈풍과 성과 존재

[월드투데이 구현민 기자] 미·중 갈등 등 기싸움이 멈추지 않는 지구촌이지만 기후변화에 관해선 힘을 합쳤다.

코로나로 2년만에 열린 COP26

영국 글레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12일 막을 내린다. 세계 197개국이 지난 31일부터 13일간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번 COP26에서는 미·중 간의 갈등과 중국·인도 등 개도국들의 미진한 참여가 예측되며 큰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폐막을 며칠 앞두고 여러 국가가 예상외의 성과들을 내고 있다.

英, 새로운 내용이 담긴 성명 초안 제안

[사진=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사진=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COP26 의장국인 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조정하도록 하는 성명 초안을 제안했다.

성명 초안을 보면, '각국은 내년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다시 보면서 내년 말까지 파리협정에 맞도록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성명 초안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2023년에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2030년 기후 목표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석탄 사용과 화석연료 금융지원을 빠르게 중단하자는 문구도 초안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를 추진하는 개도국에게 지원하는 민관자금을 최소 두 배 늘리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약 200개국 대표들은 COP26 폐회를 앞두고 최종 문구 조율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중의 예상 밖 훈풍, 양국의 '기후 공동선언'

[사진=셰전화 중국 기후협상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셰전화 중국 기후협상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폐막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미·중 양국은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깜짝 발표했다. 중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기후변화를 역점 과제로 삼아온 미국에 협력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선언문에는 양국이 세계적인 기후 위기를 인지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달성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는 내용을 언급했다. 미국은 선언문을 통해 2035년까지 전력 분야에서 '탄소 오염 제로'를 100% 달성한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중국도 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 동안 석탄 사용을 줄이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양측은 자국 내 메탄가스 배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선언문에서 밝혔다. 중국은 "메탄가스에 대한 전면적이고 강력한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대까지 현저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또 양국이 메탄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촉진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선언에 포함됐다.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는 동시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세계 1, 2위 두 경제 대국이 기후변화라는 목표를 위해 모처럼 마음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실무그룹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도 기후변화 문제에 깜짝 합의한 것에 대해 "중요한 국제 문제에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동선언은 솔직한 교류, 상호 이해, 상호 존중, 적극적인 공감대 확산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남미 4개국, 환경 보호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 합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세계의 허파 '아마존'이 있는 남미에서도 이번 COP26을 통해 새로운 결실을 맛보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4개국은 이번 COP26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에 합의했다.

이 4개국은 국경의 상당 부분을 서로 맞대고 있어 환경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더 실감 해왔었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아마존협력조약기구(OTCA, 아마존 열대우림을 낀 남미 국가들로 이루어진 기구) 회원국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브라질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전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호평하면서 "4개국은 지역통합의 틀인 메르코수르 내에서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계점

위와 같이 이번 COP26에선 여러 수확을 내게 되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제안되지 않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BBC는 "석탄이나 기후기금 등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시기나 실제 금액 등에 관한 내용이 빠져있다"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 1억 달러(약 1천180억 원) 기후기금을 내서 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빈곤국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실효성에 대한 부분도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목표인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2050년 탄소중립이 필요한데 COP26을 통해 제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에 못 미친다. 현재 각국이 내놓은 203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해도 지구 온도 상승 폭이 2.4도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1.5도에 부합할 때까지 각국이 매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큰 폭의 탄소 감축 목표치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2023년에 다시 모여 새로운 협약을 해야 할 것"이라며 COP26의 성과에 대해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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