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이유있는 강경책
벨라루스가 노린 인권 딜레마에 빠진 EU
폴란드-벨라루스 긴장 완화 조짐

[월드투데이 김수민 기자] 대규모 무력 충돌이 우려됐던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의 긴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철조망을 넘어 폴란드 군인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TASS/연합뉴스]
[사진=철조망을 넘어 폴란드 군인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TASS/연합뉴스]

지난 19일 폴란드 정부가 국경지대에 몰린 난민들에게 유럽연합(EU)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탈출로인 이른바 '인도주의 회랑'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인도주의 회랑이 EU 지역으로 향하는 불법 이주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측은 난민 2천 명을 받아달라는 벨라루스의 제의에 압력에 굴복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2015~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1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받아들이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진=벨라루스 측으로부터 음식을 배급받고 있는 난민들, TASS/연합뉴스]
[사진=벨라루스 측으로부터 음식을 배급받고 있는 난민들, TASS/연합뉴스]

EU가 두려워하는 이유,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유럽 난민 위기는 지난 2015년 8월 시리아 내전의 피해자들이 유럽행 난민 대열에 동참하면서 유럽 연합 내로 망명하는 난민 및 이민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2015년에만 130만 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했으며, 2016년에도 계속되면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를 맞은 EU였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의 입국을 막지 않던 유럽이었지만, 전과 달리 수백만 단위로 쏟아지는 탓에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급격히 증가했다.

유럽이 분열되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을 유럽 각국에서 분산 수용하자는 난민 할당제를 주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EU 집행위원회는 난민 할당제를 거부하는 국가엔 부담금을 부과했다.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권은 난민 강제 할당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국경 통제를 강화했고, 역내 자유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 체제'가 흔들렸다.

이것이 EU가 이번 폴란드-벨라루스 난민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두려워하는 지점인 것이다. 

[사진=유럽행에 좌절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라크 국적 이주민, EPA/연합뉴스]
[사진=유럽행에 좌절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라크 국적 이주민, EPA/연합뉴스]

벨라루스가 노린 인권 딜레마에 빠진 EU

EU의 강경책을 두고 안팎에선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EU를 압박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난민 사태가 벨라루스가 EU 분열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EU 국경에 내몰린 사람들의 비인도적이고 곤궁한 처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 난민기구(UNHCR) 대표는 지난 10일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이주민 문제에 대한 EU 지도자들의 '저급한 해결책 경쟁'을 지적했다. 

그는 "법치에 기반을 둔 EU는 더 잘해야 하고,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이 사람들을 강물이나 바다에 빠져 죽도록 내버려 둔 채 망명권 수용 의무를 회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피력했다.

[사진=벨라루스가 마련한 임시 수용소, 로이터/연합뉴스]
[사진=벨라루스가 마련한 임시 수용소,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 긴장 완화되나

한편 지난 18일 국경지대에 발이 묶인 이라크 난민 400여 명이 결국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여전히 국경에는 4천여 명의 난민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을 월경하려던  난민 약 100명이 폴란드 당국에 체포된 바 있다.

난민들의 월경 시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9일 벨라루스 정부는 국경 인근 물류 창고를 이용해 만든 임시 수용소에 난민들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일단 대규모 무력 충돌 위기는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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