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모유 수유를 통해 전달되기도..
영유아 시절 노출 시 뇌 발달 저하
반복적인 실리콘 스팀 소독은 미세 플라스틱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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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김새민 기자] 미세 플라스틱은 현재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침범한다. 영유아들이 미세 플라스틱 노출에 취약하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5㎜ 미만, 1㎛(마이크로미터) 미만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상존하지만, 매우 작아 관찰이나 검출이 어렵다. 크기가 작아 하수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강과 바다로 흘러가고 자연 분해도 되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흡착된 화학적 오염물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다. 그러나 미세 플라스틱은 일상 속에 녹아 있다. 빨래할 때마다 사용하는 섬유유연제나 일상에서 가볍게 마시는 홍차의 티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언제 어디서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될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진행된 미세 플라스틱 연구는 영유아가 미세 플라스틱에 많이 노출되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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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로 전달되는 미세 플라스틱
엄마가 섭취한 초미세 플라스틱이 모유 수유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되고, 자녀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아울러 동물들이 발달단계에서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면 뇌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음을 밝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이다용 박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어미 쥐가 섭취한 초미세 플라스틱이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통해 새끼에게 전달되고, 새끼의 여러 장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관찰됐다.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의 뇌에서는 구조적 이상도 발견됐다. 학습·기억에 중요한 영역인 해마 부분에서 뇌 신경세포 형성을 담당하는 신경줄기세포 수가 감소한 것이다. 새끼가 성체가 된 후에도 뇌의 생리학·생화학적 기능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번 연구로 미세 플라스틱의 세대 간 전이가 증명됐다. 지금 세대에서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은 다음 세대에게도 전달되면서 점점 축적되어 뇌 발달에 이상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거나 호흡하면서 축적된 미세 플라스틱이 자녀에게도 전달되고 조직학적, 생화학적, 기능적 이상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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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팀 소독 반복한 실리콘 젖꼭지에서 미세 플라스틱 발생
모유 자체에서뿐만 아니라 젖병에 사용되는 실리콘 젖꼭지에 스팀 소독을 반복했더니 미세 플라스틱이 관찰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17일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 환경·토양화학과의 싱바오산 교수와 중국 난징대 환경대학 지룽 교수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스팀 소독 후 실리콘 젖꼭지의 화학적 변화'를 분석한 논문을 나노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최근 게재했다.
실험은 젖병의 실리콘 젖꼭지를 10분간 스팀 소독을 한 뒤 상온(25℃)에서 식히고 정제수에 3회 세척한 뒤 다시 10분간 스팀 소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유아용품 제조사들의 젖꼭지 교체 권장 주기가 60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과정을 60회 반복했다. 이후 젖꼭지를 작은 크기로 잘라 관찰했다.
실험 결과 실리콘 고무 젖꼭지를 씻어낸 정제수에서는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크기 0.6∼332㎛)이 다량 검출됐다. 또 실리콘 젖꼭지 표면에서는 화학적인 변형도 일어났다.
난징대 수유 박사는 "전부터 실리콘 고무는 열에 안정적인 고분자 물질로 알려졌지만, 반복적으로 스팀 소독할 때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스팀 소독한 실리콘 젖꼭지를 1년간 사용한 영유아는 66만 개 이상의 탄성중합체(elastomer) 유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생을 위한 스팀 소독이 오히려 미세 플라스틱을 유발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리콘 젖병뿐 아니라 실리콘을 사용한 조리·제빵 기구 등도 10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애초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이 아니어도 기구를 사용하다 보면 화학적 변화가 나타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지 교수는 "실리콘 고무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를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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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은 현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치명적이다. 모유와 젖병으로부터 영유아들이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했을지도 알 수 없다.
우리는 플라스틱에 의한 영향을 가늠하지 않고 그저 편리하다고 플라스틱을 무차별적으로 소비하고 버린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태워지거나 땅에 묻힌다. 문제는 이런 플라스틱이 땅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남아 있다는 점이다. 미세 플라스틱에는 독성 첨가물이 함유돼 있고 병원균을 퍼트릴 수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 규제 방안이 마련되고는 있지만 매년 배출되는 플라스틱 양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플라스틱에 잠식된 인류에게는 그마저도 암울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