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랙 방정식, 알 수 없는 음의 에너지 입자의 등장...반물질로 밝혀져
반물질, 디랙의 바다 한계 있어...시간 역행 입자가 정설

[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SF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반물질은 일반적인 물질과 충돌하면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지는 '쌍소멸'로 유명하다.
쌍소멸은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하는 현상으로 방출하는 에너지는 원자력 발전을 넘어 핵융합보다 높은 효율을 가져 매체에서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나 병기로 등장한다. 현재까지는 반물질은 극소량만 생산할 수 있고고 짧은 시간 동안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외로 반물질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PET)'이라는 기술이 있다.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나오는 양전자와 인체를 구성하는 전자를 신체 내부에서 쌍소멸시키면 감마선이 만들어지는데 이 감마선을 이용해 신체 내부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67_213925_1217.jpg)
반물질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처음 예견됐었다. 드 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은 입자를 파동과 같이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줬고 에르빈 슈뢰딩거는 이를 이용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했다. 하지만 슈뢰딩거 방정식은 뉴턴 역학으로 유도한 공식이었기 때문에 상대론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아주 빠른 속도에서는 적용되지 못한다.
상대성 이론의 에너지 공식에 슈뢰딩거가 사용한 방법을 사용하면 '클라인-고든 방정식'이 유도된다. 하지만 이 방정식은 당시에 발견되지 않았던 전자의 스핀이 빠져있었기 때문에 수소 원자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실제로 슈뢰딩거는 클라인-고든 방정식을 먼저 얻었지만 한계점 때문에 슈뢰딩거 방정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67_213927_261.jpg)
스핀은 입자의 자전 효과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볼프강 파울리가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의 원자 궤도에는 같은 입자가 2개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와 달리 실제 원자에선 궤도마다 2개씩 들어가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성질이다.
클라인-고든 방정식은 스핀을 포함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원래 방정식이었던 상대론적 에너지 공식의 형태 때문에 음수 에너지가 등장했다. 입자가 에너지를 가지지 않으면 0, 가지면 양수인데 음수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사진=폴 디랙, 노벨 재단]](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67_213926_1347.jpg)
폴 디랙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2개로 쪼갠 뒤 행렬을 이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렬을 이용해 새롭게 만들어진 방정식은 '디랙 방정식'이라고 부르며 사용된 행렬들은 스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전자를 기술하는 디랙이 방정식의 해를 구하면 서로 다른 스핀을 가지는 전자의 해가 나온다.
그러나 디랙의 기대와 달리 디랙 방정식 또한 음수 에너지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방정식이 수학적인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정식에 나타난 음수 에너지가 사실은 전하량 부호가 반대인 입자를 추가로 기술하기 때문에 음의 부호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전자를 기술하는 디랙 방정식의 경우 전자의 해는 음전하를 가진 입자의 형태이고 대응되는 음수 에너지 해는 양전하를 가진 입자라고 해석했다. 디랙은 맨 처음 이 양전하 입자를 양성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랙 방정식이 기술하는 입자들은 질량이 같아야 하는데 전자와 양성자의 질량 차이가 무려 1800배에 달했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틀린 것처럼 보였다.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67_213928_2957.jpg)
그러나 1932년 칼 앤더슨은 우주선을 연구하다 우연히 양의 부호를 띠는 전자를 발견했다. 이 입자는 양전자라고 명명됐고 디랙이 예견했던 음수 에너지 입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초의 반입자 발견이었다. 반입자가 발견되고 디랙의 이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져 193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디랙은 "틀릴까 봐 무서웠다"라며 음수 에너지 입자가 양성자라는 주장을 파기하고 '디랙의 바다'를 이용해 반입자를 설명했다. 기존에 진공으로 알고 있던 0 에너지 공간은 사실 에너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0 에너지 아래의 음수 에너지 영역에 전자가 가득 차 있으며 이 영역을 디랙의 바다라고 부른다.
디랙의 바다에 있는 전자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바다에 전자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을 0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만약 전자가 하나 추가된다면 0 아래의 에너지는 이미 전자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양수만 가졌던 것이다. 만약 음수 에너지에 있던 전자가 탈출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원래 전자의 자리에 빈 구멍이 생긴다.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67_213929_3026.jpg)
전자가 가득 찬 음수 에너지에 영역에 구멍이 하나 생긴다면 구멍은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보인다. 디랙은 이 구멍이 양전자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만약 우연히 구멍과 전자가 충돌해 합쳐지면 이들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 쌍소멸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랙의 바다는 현대 물리학에서는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 힘든 해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는 '파인만 다이어그램'을 이용한 '파인만-스튀켈베르크 해석'을 주로 사용한다. 이 해석에 의하면 우리와 같이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시간 입자를 물질,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꾸로 가는 입자를 반물질이라고 해석한다.
한편 디랙의 바다 아이디어는 전자만 있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도움이 됐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는 물질의 띠 구조에 들어찬 전자와 전자가 탈출해 생기는 양공을 통해서 물체의 전기 전도성을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