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U 가스 40% 공급 국가...유럽 에너지 위기 대응 수단 없어
여러 악재 덮친 '유럽의 에너지 대란'
美, 러시아에 수출통제 조치 등...냉전 심화하나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의 냉전 속에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 중단' 대응책을 내세워 유럽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책은 갈등을 심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벨라루스 남서부 냐스비주에 있는 '야말-유럽 가스관', REUTER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94_213705_231.jpg)
■ '에너지 공급 중단' 카드로 압박하는 러시아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에 대한 맞대응책으로 '에너지 공급 중단' 카드를 들었다.
앞서 러시아는 유럽과의 분쟁 때마다 가스밸브를 잠그는 전술을 써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확장과 우크라이나 문제, 벨라루스 난민 위기 등으로 유럽 국가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에도 유럽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을 중단하는 정책을 펼쳤다.
지난 21일 러시아는 미국의 동맹인 유럽 국가에 대해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으며,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수송로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는 상업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러시아가 이처럼 천연가스를 무기삼아 지정학적 압박에 대응하게 되면 당장 에너지가 필요한 유럽은 대응 수단이 없는 상황에 놓인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제한되면 다가오는 겨울 유럽에선 천연가스 발전소가 멈춰 정전 사태가 일어나거나 난방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사진=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 REUTER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94_213704_217.jpg)
■ 엎친 데 덮친 '유럽의 에너지 위기'
추운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에너지'를 수단으로 물러서지 않는 대응을 보이며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됐다. 더불어 러시아와 서방 국가간의 갈등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유럽 에너지 위기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가스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지난달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의 수송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그리고 21일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여파로, 이날 유럽 내 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 이미 400%나 올랐던 값이 심리적 경계선인 1천㎥당 2천 달러선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으로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제 유럽의 가스 저장소 내 비축량이 최대 용량의 60% 수준이며,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라고 보도했다.
한편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져 중대한 손실을 끼치는 '퍼펙트 스톰' 양상이다. 지정학적 갈등 뿐 아니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의하면 천연가스 부족, 풍력 생산 차질, 추워지는 날씨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에너지 수출국이던 프랑스는 자국 원자력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원자로 4개의 가동을 안전 이유로 중단한 뒤 공급부족을 겪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풍력 발전의 원동력인 바람이 끊겨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사진=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2/406894_213706_256.jpg)
■ 미국의 대응책, 에너지 대란 막을 수 있을까?
이른바 '신냉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공급 중단 맞대응에 미국과 EU는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다. 지난 2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러시아에 대해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수출통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외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스마트폰,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 여러 분야의 물자를 수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러시아 소비자와 산업계, 고용 등에 중대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4일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석 10척 이상이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운반선에 실린 물량은 유럽 최대 가스소비국인 독일의 한 달 가스 소비량의 3분의 1을 메울 수 있는 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릭 페리 에너지장관은 미국 LNG가 "자유의 가스"라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