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서 중저대역 주파수 이용하는 'C-밴드 5G' 서비스 개시
중저대역 5G가 항공 장비 주파수 대역과 가까워 안전 문제 발생
일부 항공사들, 미국 오가는 항공편 취소 및 변경 조치

[월드투데이 김나혜 기자] 미국에서 새로 도입된 중저대역 5G 서비스가 항공장비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폭과 유사해 혼란을 빚고 있다.

이동통신 기술의 국제 트렌드는 현재 5G(5세대 이동통신)로 전환되고 있다. 5G는 이전 세대인 4G LTE와 비교해 데이터 용량은 1000배 정도, 속도는 200배 정도 빠른 장점을 가진다. 지난 2019년 4월 한국의 최초 5G 개통을 시작으로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5G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9년 5G 상용화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 19일(현지 시간)에는 미국의 대표 이동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에서 기존보다 더 빨라진 '골디락스'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는 중저대역 5G를 개통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국의 중저대역 5G 개통을 두고 항공업계에서 반발이 발생했으며, 개통 이후에도 운항 취소 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저대역 5G 서비스 개시

[사진=REUTERS/연합뉴스]
[사진=REUTERS/연합뉴스]

미국의 두 이통사에서 기존까지 5G 서비스를 위해 이용하던 주파수는 30~300GHz의 초고대역과 1GH 미만의 저대역이었다. 초고대역 주파수는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데이터 전송 거리가 짧아 제한적인 지역에 쓰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저대역 주파수는 먼 곳까지 도달이 가능해 넓은 지역 범위에서 쓸 수 있지만 속도가 느렸다.

그렇지만 이번에 개통된 미국의 중저대역 5G 서비스는 3.7~3.98GHz의 중저대역을 이용한다. 이 대역의 주파수는 속도와 데이터 전송 범위가 균형을 이룬 '골디락스' 주파수로, 이용자들에게 더욱 큰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중저대역 주파수를 이용하는 이러한 미국의 5G 서비스를 'C-밴드 5G'라고 부른다. C-밴드 5G는 LTE보다 10배 빠른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 달까지 버라이즌은 주요 도시에서 약 9천만 명에게 C-밴드 5G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AT&T도 올해 말까지 7천500만 명에게 새로운 5G로의 접근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미국의 중저대역 5G 서비스 개시는 5G를 상용화해 이동통신을 진보하고 각종 업무의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의 반발 및 혼란

[사진=REUTERS/연합뉴스]
[사진=REUTERS/연합뉴스]

이처럼 새로 도입된 5G 서비스가 이동통신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중저대역 5G의 도입을 둘러싸고 혼란이 발생했다. 이는 C-밴드 5G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항공장비에 이용되는 대역폭과 가깝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고도를 측정하는 항공 고도계의 운영 대역은 4.2~4.4GHz로 한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의 중저대역 5G 대역폭과 더 가깝다. 특히 장거리 운항에 이용되는 항공기인 보잉 777기가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의 C-밴드 5G 서비스 개시 이전 항공업계에서는 도입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당초 지난해 12월 초였던 중저대역 5G 개통 일정은 한 달 뒤인 지난 5일로 연기됐고, 그 뒤 재차 지난 19일로 연기됐다. 지난 19일 마침내 중저대역 5G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도 항공업계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래서 각 항공사들은 안전을 문제 삼아 미국 몇몇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 항공은 미국 보스턴, 시카고 등 11개 도시로의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카타르항공은 미국에서 출발하는 일부 항공편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일본공수 등 일본 항공사 2곳도 시카고, LA, 뉴욕 등을 목적지로 하는 20편의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인도 항공사인 에어인디아도 시카고, 뉴욕 등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일부 항공사들은 C-밴드 5G 서비스에 큰 영향을 받는 기종 대신 다른 항공기로 교체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미국행 여객기를 보잉 777기에서 787기로 교체하고 화물기를 747-8s에서 747-400s로 교체했다. 싱가포르항공도 보잉 777 기종을 에어버스 A350-900으로 대체했다.

이와 같은 중저대역 5G 도입에 따른 항공업계의 혼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촉발된 미국의 '항공 대란'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각 항공사, 항공기 제조업체, 미 당국과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운항이 재개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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