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 독일, 러시아산 가스 '손절' 가능할까?
이탈리아는 관공서 에어컨 최저 온도 규제까지
덴마크, 발트3국도 '에너지 탈러시아화' 추진중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STOP' 표지판[사진=TAS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50_217371_145.jpg)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전 유럽 차원의 공식적인 에너지 제재가 발표하진 않았지만 각 국이 자발적으로 '탈러시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는 당장 러시아산 가스를 금수조치 할 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여론이 여전하지만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춤했던 독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립 가능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불러왔다. 러시아는 전쟁 전부터 우크라이나 및 유럽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원을 무기화했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는 대신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행하는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을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50_217372_32.jpg)
유럽을 대표하는 산업강국인 독일은 천연가스의 절반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할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직통으로 수입할 수 있는 가스관 건설에 돌입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추가로 건설된 2개의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독일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들어가는 가스관을 폐쇄하는 대신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을 열겠다며 유럽과 독일을 갈라치기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기 직전까지도 독일은 러시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한 뒤 독일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우군이라는 비난까지 받던 독일은 침공 직후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단결하며 러시아의 국제금융결제망(SWIFT) 퇴출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립을 선언하며 더이상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진=EPA/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50_217373_429.jpg)
숄츠 총리의 에너지 자립 선언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에너지 제재를 망설이은 전 유럽에 용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지만 그럼에도 독일 내에서의 반응은 훨씬 더 현실적이었다. 로베르트 하벡 경제장관은 당장 러시아산 가스를 중단한다면 국민들에게 고통이 가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독일 중앙은행 역시 가스 수입을 즉각 차단할 시 전년 대비 GDP가 2%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1650억 유로, 한화 221조 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러시아 연료의 주 고객인 독일이 결단을 내려야만 푸틴의 야욕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는 독일은 올해 러시아산 연료 수입대금으로 약 320억유로, 약 43조원을 지급할 예정이며, 이 금액은 2020년도 러시아 국방예산의 57%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더워도 참기로 한 이탈리아...아프리카서 천연가스 공급 확대
독일과 함께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해왔던 이탈리아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에어컨 온도 제한'까지 검토하며 에너지 제재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사진=EPA/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50_217374_72.jpg)
이탈리아는 매년 290억㎥의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왔다. 이는 전체 수입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로 독일처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드라기 총리는 EU가 러시아 가스에 대한 금수 조치를 단행할 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사용을 통제하는 방침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될 실내 온도 규제 방침은 학교나 공공시설의 에어컨 및 난방기구의 설정온도를 골자로 한다. 여름철 에어컨 온도를 25도 이하로 낮추지 못하며, 겨울철에는 19도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할 방침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3,000유로, 한화로 약 67만~4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탈리아 공공건물에 냉난방용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사용량의 절반 이상인 57%이다. 레나토 부르네타 행정혁신부 장관 발표에 따르면 이번 규제로 절감되는 천연가스의 양은 연간 20억~40억 ㎥로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연간 천연가스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탈리아 인구(6026만)의 약 7분의 1 규모의 세르비아(865만명)가 연간 27억㎥의 천연가스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가 성공할 시 체감할만큼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더운 이탈리아의 여름[사진=언스플래쉬]](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50_217376_1326.jpg)
에너지 절감 조치와 함께 천연가스 공급 확대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드라기 총리는 알제리, 이집트,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대륙의 천연가스 산유국들과 접촉하며 가스 수입원의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인 에니(Eni)가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관여해왔던만큼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천연가스를 매개로 새로운 커넥션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롬버그 통신은 이탈리아 관료의 입을 빌려 앙골라, 콩고가 Eni와의 계약을 통해 이탈리아로 각각 연간 15억㎥, 50억㎥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덴마크의 에너지 자립 시도...발트3국은 벌써 '탈러시아' 결의
아직 EU차원의 금수조치가 실행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에너지 절약 계획을 통해 러시아산 연료 수입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를 덴마크 정부는 난방을 중앙에서 통제해 일정 지역에 집단으로 공급하는 지역난방 시스템을 확대한다.
현재 덴마크 전체 인구의 55%가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아직 27%의 인구에선 가스와 석유를 이용한 가정용 보일러를 쓰고 있다. 지역난방이 기술적 장벽과 초기 구축 비용 발생이라는 단점이 발생하지만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만큼 러시아산 가스 절감에 어느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에너지원을 추가로 가동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태양열 발전소와 풍력발전소의 규모를 4배로 확대하는 한편 2050년까지 가스 채굴 중단을 목표로 했던 북해 가스전을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덴마크는 핀란드, 스웨덴처럼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이들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2015년 러시아가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를 장악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해 러시아에 대한 안보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 불편한 관계를 반영하듯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동시에 전쟁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신속하게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난민 수용 과정에서도 러시아를 경계하는 태도가 드러났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시리아 출신 난민에 대해 수용 불가 판정을 내린 반면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해선 적극적인 수용 방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판단 뒤에는 러시아에 대한 안보불안과 적대 심리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러시아 북서부에 인접한 발트3국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일체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발트3국 대표들이 EU, 나토 담당자들과 에너지 안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50_217378_1856.jpg)
발트3국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통칭하며, 이들 국가들은 인접한 러시아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아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면 다음 목표는 발트3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이들은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더이상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즉각적인 금수조치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