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못 받으면 너희가 손해, '슈퍼 을'기업
한 대에 2000억 호가하는 EUV노광 기기, 없어서 못 팔아
지금 주문하면 14개월 뒤 도착, 반도체 장비업체 골머리 앓는 공급 부족

[월드투데이 성연수기자] 치열한 반도체 경쟁 속에서 꼭 사용해야하는 필수 장치들이 있다. 이 장치들을 공급받기 위해서 삼성, 인텔, TSMC 등 여러 반도체 업체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슈퍼 을'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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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ML

ASML은 네덜란드 소재의 세계 최대의 노광장치 제조사이다.

노광장치는 반도체 칩의 밑그림을 그리는 장치라 볼 수 있는데 ASML은 노광장비를 다루는 회사 중 독보적이다.

그 이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사진=ASML 홈페이지 캡쳐]
[사진=Wikimedia]

더 작고 더 큰 용량을 목표로하는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나노 길이 단위의 반도체가 주목받게 되었다.

이런 나노 길이 단위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EUV(극자외선레이저) 노광장치가 필수적인데 EUV를 활용해 10번 나누어 그리던 밑그림을 한 번에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어 시간과 공정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대당 2000억원 안팎일만큼 비싸며, 공급 수량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 인텔, 삼성, TSMC 등 상위 반도체 회사들이 이 장치를 공급받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VLSI Research의 자료를 인용한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ASML은 반도체 장비 회사 중 시가총액 1위, 매출순위 2위를 달성했다.

최근 TSMC와 인텔이 포토 공정에 필수적인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세계 최대의 노광장비 기업인 ASML에게 삼성보다 1년 앞선 2024년 공급받을 예정이라 발표한 바 있다. 

[사진=ASML 홈페이지 캡쳐]
[사진=ASML 홈페이지 캡쳐]

■ Applied Material(AMAT)

반도체 장비 업체 매출 1위이며 시가총액 2위인 APPLIED MATERIAL(AMAT)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 위치해있다.

AMAT는 판매하는 반도체 제품 종류만 90개에 달하며, 전공정(EDS공정 전의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 분야의 1위 업체이다.

[사진=AMAT 홈페이지 캡쳐]
[사진=AMAT 홈페이지 캡쳐]

AMAT은 반도체 장비뿐만이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다루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점유율도 2016년 15.6%에서 2018년 20.6%로 꾸준히 1등을 지켜오고 있다.

현재 반도체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원래 장비의 리드타임(주문 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 3~6개월에서 작년 7월 기준, 13달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도체 증착장비 분야와 열처리 분야에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사진=APPIED MATERIAL 홈페이지 캡쳐]
[사진=APPIED MATERIAL 홈페이지 캡쳐]

■ 램리서치(Lam Research)

키움증권 리서치세터의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시장 공정별 비중이 식각 및 세정이 26.2%, 증착이 20.4%, 노광이 18.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식각 및 세정 공정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그중 47.5%를 램리서치가 차지하며 식각 공정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정, 이온주입, CMP, 패키징 등 다양한 공정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EUV 노광기기에 눈을 돌리면서 램리서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크기는 더 작게, 용량은 더 크게 하는가"인데, 이를 위해 최근 나노 단위로 경쟁하고 있다.

[사진=Lam_Research 홈페이지]
[사진=Lam_Research 홈페이지]

EUV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더 작은 회로를 그려 넣기 위해서 반도체 회로를 많은 수에 걸쳐 나눠 그리는 '멀티패터닝' 기술이 사용되었는데, 이 때문에 밑그림을 그리는 노광과정과 밑그림대로 조각하는 식각 공정을 여러 번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EUV 기술이 개발되면서 여러 번 반복하던 과정이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하기엔 해당 기기의 한 대가 2000억을 웃돌며, 공급량도 부족해 현재 공정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AMAT(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향후 패턴 공정에서 EUV(극자외선)가 적용되는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해 나머지 80%는 기존 멀티패터닝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증착, 식각 공정 수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램 리서치 뉴스룸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SK하이닉스가 D램 칩 생산의 핵심 공정 단계를 위해 램 리서치의 건식 레지스터 기술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웨이퍼에 포토 공정에서 필수로 필요하던 감광액이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왔지만,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대상이 된 바가 있다.

램리서치는 지난 2020년 ASML과 합작해 감광액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건식 레지스트'기술을 개발했다.

[사진=Lam_Research 홈페이지]
[사진=Lam_Research 홈페이지]

□ 미국의 반도체 산업 동향

AMAT과 램리서치는 미국 소재의 기업인데 지난 3월 미국의 반도체 시장동향을 분석한 KOTRA 해외시장 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규정하여 국가 주도하에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에 편중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법안과 세액 공제를 추진하며, 반도체 생산 증진과 R&D 지원에 5년간 520억 달러를 편성한 '미국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실행했고,  2021년 4월과 6월엔 중국을 수출 통제하며 중국의 군 관련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도 행정명령으로 금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또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역량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대만의 파운드리도 미국 내로 유치하면서 반도체 제조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장비(이른바 소부장)를 중심으로 자국 내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수입을 다변화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라 분석했다.

■ 도쿄 일렉트론(Tokyo Electron,TEL)

[사진=Tokyo Electron 홈페이지 캡쳐]
[사진=Tokyo Electron 홈페이지 캡쳐]

일본 소재의 반도체 장비 매출 상위 업체 4위로 램리서치와 3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1월에 발표한 유진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노광 공정 분야에서 점유율 87%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 식각 27%, 증착 38%, 세정 20%, 테스트 45% 등 여러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AMAT 다음으로 전공정(EDS공정 전의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 분야의 2위 업체이다.

[사진=Tokyo Electron 홈페이지 캡쳐]
[사진=Tokyo Electron 홈페이지 캡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반도체 장비 소재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반도체 기술 혁신에 대응하면서 원천 기술력을 토대로 한 장비 및 소재 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일렉트론(TEL)이 2027년까지 5년간 1조 엔(약 9조4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경영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는 2017~2022년 5년 동안의 투자액보다 40%가량 늘어난 규모라 보도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들을 대체할만한 기업이 없어 반도체 업계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 기업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각 공정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이 기기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린다. 

최근 각 국은 각 장비나 소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가능한 업체들이 주목받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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