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호'를 위한 도덕 경찰의 두 얼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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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이다경 기자]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에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6주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13일(현지시각)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16일 옥중에서 사망했다. 의문의 사망이었지만, 아미니의 진료기록을 본 의사들은 그녀가 구타를 당해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이란 여성들은 분노했고, 다음날부터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란에서는 현재 '히잡법'에 의해 만 9세 이상의 여성은 야외에서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40년 전만해도 히잡 없이 외출이 가능했지만, 1979년 반이슬람 성향의 팔레비 왕조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세력이 이슬람 혁명을 일으키면서부터 자유는 사라졌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이란 당국의 엄격한 복장 단속은 '도덕 경찰'이라고 불리는 지도 순찰대가 담당한다. 지도 순찰대는 2005년 마무드 정권 하에 설립된 이래로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한 복장'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포한 여성들에게 불합리한 폭력 또한 가해왔기 때문이다.

지도 순찰대 내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지도 순찰대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냥하러 나가는 것 같다"며 "복장 규정을 위반한 사람들을 충분히 잡아내지 못하면 상사가 꾸짖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을 지도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움직이고 있지만 그 실상은 무차별적인 연행으로 벌금을 강제하고, 궁극적으로 여성을 비롯한 사회를 억압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내부 사정 속에서 아무 죄없는 한 여성을 붙잡아 폭행할 이유는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다.

아미니의 죽음은 40여년간 이어져왔던 성차별적 정책과 억압적 통치로 인해 쌓여왔던 이란 국민들의 분노를 터뜨리는 거대한 불씨가 되었다. 여성들은 10대, 20대를 가리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히잡을 불태웠고, 남성들 또한 그들의 곁에 섰다.

시위가 시작된지 6주,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과 최루가스를 발포하는 등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사이 1000명 이상이 기소됐고 사망자 수는 300명을 넘고 있으며, 인터넷 또한 끊겼다. 그러나 시위는 그 화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외치고 있다.

"Irani Mimirad. Zelat Nemipazirad.(우리는 죽는다. 하지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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