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투데이=경민경 기자]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석 달이 넘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1월 치러진 총선에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국가고문 아웅산 수찌를 포함한 정치인을 대거 구금했고,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이들의 석방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시위를 매일같이 열고 있다.
이에 미얀마 군부는 무력 진압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시위대의 해산을 목적으로 실탄까지 발포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 4월 24일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748명에 달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혈투하는 미얀마 시민들. '추적 미얀마 군부 쿠데타' 시리즈 이번 편에서는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시위에 대해 알아본다.

냄비·쟁반·경적...미얀마 시민들의 '소음시위'
쿠데타가 발생하자 미얀마 시민들은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일으켰다.
시민불복종운동이란 시민들이 권력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파업, 촛불시위, 거리시위 등을 포괄한다.
쿠데타가 발생한 다음날인 2월 2일, 미얀마 시민들은 최대 상업 도시인 양곤에서 군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냄비를 두들기고 경적을 울리며 '소음 시위'를 벌였다.
냄비와 같은 것을 두드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미얀마에서는 악마를 쫓는 행위로 여겨진다. 1988년 네윈 군부 정권에 반대하며 열린 민주화 시위에서도 시민들은 냄비를 두드리며 저항한 바 있다.

소셜네트워크(SNS) 저항 운동
쿠데타 저항 시위의 핵심 세력인 미얀마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네트워크(SNS)를 시위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미얀마는 인구 5천400만명 가운데 절반인 2천700만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할 정도로 소셜네트워크 활용도가 높은 나라다. 페이스북이 인터넷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고.
시민들은 SNS를 통해 온라인 시위를 벌이고 관련 정보 전달하는 등 SNS를 소통 창구로 활용했다.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Myanmar_wants_Democracy), 미얀마를 위한 정의(#JusticeForMyanmar)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언론을 통제했음에도 SNS를 통해 미얀마의 소식이 국제사회에 알려지자, 미얀마 군부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를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의 밀레니얼 세대는 가상사설인터넷망(VPN) 등 우회 방법 등을 통해 SNS를 이용하고 있고, 인터넷이 끊긴 상황에서도 블루투스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브리지파이' 앱을 적극 활용하며 군부에 맞서고 있다.
SNS를 통해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사실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22222 총파업'
2021년 2월 22일, 미얀마 전역의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전날 군정이 국영 MRTV를 통해 '인명 피해'를 언급해 시위에서 유혈진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공무원, 은행직원, 의료인을 비롯한 모든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해 힘을 실었다.
1988년 8월 8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진행됐던 '8888' 시위를 모델로 삼아, 이날의 총파업을 '22222 총파업'으로 명명했다. 시민들은 SNS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2Fivegeneralstrike'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이날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군부에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압박했고, 미국은 미얀마 군부 인사 2명에 대해 미국 내 자산동결, 자금거래, 입국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빨랫줄에 치마를 걸다...'타메인'(Htamain) 저항
미얀마 시민들은 전깃줄에 미얀마의 전통 치마인 '타메인'(Htamain)을 걸어 군부에 저항했다.
미얀마에는 타메인을 걸어놓은 빨래줄 밑을 통과하면 분(Bhun)을 잃는다는 오랜 미신이 있다. 여기서 '분'은 행운력, 권력 등을 뜻하는 말로, 군경의 마을 진입을 막기 위해 이러한 행태의 저항이 실행됐다.
실제로 군경이 마을에 진입하는 데에 주저해 시위대가 대피할 시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얀마는 오랜 전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데, 특히 군대라는 집단은 남성 우월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있어 이러한 주술 저항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타메인 시위를 통해 시위에서의 여성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세 손가락 경례
전 세계는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통해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에 저항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를 지녔는데, 미얀마 시민 불복종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총에 맞고 피를 흘리는 있는 와중에도 세 손가락 경례를 멈추지 않는 시민들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유래되었다. 독재국가에 맞서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의 인사로, 2014년 태국에서 발생한 반 쿠데타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홍콩 우산혁명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퍼졌고, 이번 미얀마 시위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얀마 반 군부 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는 군부가 시위대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배치함에 따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어군(people's defence force)'을 창설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엔 G7 장관회의가 미얀마 군부의 폭력 진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끝없는 관심과 압박이 필요한 상황이다.
--
추적 미얀마 군부 쿠데타 ③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움직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