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8시 29분, 강도 7.2 대지진 발생
사망 1,941명, 부상 9천915명 집계...피해규모 증가 가능성↑

아이티 국민과 무너진 집 [사진=Xinhua/연합뉴스]
아이티 국민과 무너진 집 [사진=Xinhua/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14일 오전 8시 29분,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0년 대지진으로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이티에서 다시 발생한 강도 높은 지진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아이티의 피해상황과 국제 사회 반응, 대응현황 등을 다루었다.


 북위 18.352도, 서경 73.480도에서 규모 7.2 지진 발생 [사진=EPA/연합뉴스]
북위 18.352도, 서경 73.480도에서 규모 7.2 지진 발생 [사진=EPA/연합뉴스]

◆ 지진 규모 및 진원 위치

14일 발생한 규모 7.2의 지진의 진원은 북위 18.352도, 서경 73.480도로,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이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이었다.

지진의 깊이는 10㎞로 측정됐다. 깊이가 낮은 편이어서 아이티 전역은 물론 이웃 나라에서도 강력한 진동이 감지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으며, 규모 4∼5의 여진이 몇 차례 이어졌다.


◆ 혼란의 아이티

아이티는 최근 극심한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 대통령이 괴한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이후, 극심한 생활난, 전류난 등이 이어졌다. 정국 역시 쉽게 안정되지 못하며 치안도 악화되고 있었다.

이어 대지진까지 겹치며, 아이티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 신임 총리 아리엘 앙리의 비상사태 선포

모이즈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앙리 총리는 지진발생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이번 지진이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손실과 물적 피해를 일으켰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외에서 잠에 드는 이재민들 [사진=Xinhua/연합뉴스]
실외에서 잠에 드는 이재민들 [사진=Xinhua/연합뉴스]

◆ 피해 현황

인명 피해 현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아이티 재난당국은 지난 15일 사망자수를 724명으로 발표한 데에 이어, 17일에는1천 941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수는 17일 기준 9천 915명으로 집계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반면 잔해 속에서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여전히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유니세프는 어린이 54만 명을 포함해 120만 명의 아이티 국민이 이번 지진의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피해가 집중된 도시 레카이

이번 지진 피해는 아이티 남서부 도시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 집중됐다.

특히 레카이의 피해가 심각하다. 아이티 당국은 레카이를 중심으로 주택 1만3천694채가 붕괴되고 1만3천785채가 파손됐으며, 그 외 병원, 학교, 교회 등에도 피해가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무너진 집에서 쓸 만한 세간을 챙겨 축구장에서 생활중이거나 천막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진 우려 속 지진 발생 이후 대부분의 아이티 국민들은 바깥에서 지내고 있다. 수중에 돈도 떨어진 이재민들은 무너진 집들을 돌며 내다 팔만한 고철을 찾고 있다고도 AP통신은 전했다.

제리 샨들레르 아이티 시민보호국장은 강진으로 13만5천 가구가 집을 떠나야 했으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6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 이어지는 여진

14일 발생한 7.2 강진 후 인근에서 최대 규모 5.2까지의 여진이 약 10차례 이어졌다. 이미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들이 여진으로 더 크게 훼손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 밤 아이티로 상륙한 폭풍 그레이스 위성사진 [사진=AFP/연합뉴스]
16일 밤 아이티로 상륙한 폭풍 그레이스 위성사진 [사진=AFP/연합뉴스]

◆ 설상가상 폭풍

16일 밤, 설상가상으로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를 지나갔다.

아이티 전체 해안에는 열대성 폭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과 지반에 강풍과 폭우까지 더해지면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구조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주민들 역시, 폭우가 내리면 대피할 곳이 없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순식간에 강처럼 변해버린 도로와 허리 아래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고 걷는 남성의 모습 등이 올라왔다.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레카이에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나무 막대와 방수포, 비닐 등으로 만들어 놓은 엉성한 천막이 밤새 내린 비로 망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지진 잔해 구조작업 [사진=REUTERS/연합뉴스]
지진 잔해 구조작업 [사진=REUTERS/연합뉴스]

◆ 구조현황

구조당국은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을 수색해 구조하고 있으나 지진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막혀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열대성 저기압까지 겹치며 추가 붕괴 위험으로 구조에 차질을 빚었다. .

지진 후 곧장 레카이를 찾은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잔해 아래에서 가능한 한 많은 생존자를 구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 의료시설 비상

의료시설 역시 비상이다.

피해지역 병원들은 몰려드는 부상자들로 포화상태가 됐다. 구조된 이들은 속속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몰려드는 환자 탓에 병상은 물론 베란다나 복도 의자와 바닥까지도 부상자들도 가득 찼다. 아이티 안팎에서 피해지역으로 의료진이 급파됐으나 불어나는 환자들을 대처하기엔 인력도 장비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에서 부상자들이 죽어 가기도 한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레카이의 병원으로 달려온 의사 루돌프 자크(26)는 다리를 다친 한 여성 환자를 가리키며 "봉합을 위해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봉합할 기구가 없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팔을 다친 한 환자는 "전날 병원 여러 군데에 갔는데 꽉 차서 사람이 너무 많아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이튿날 아침에야 한 병원에서 깁스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감염병 우려도

추가 감염병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상처를 소독하거나 봉합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여러 시간 대기해야 해 추가 감염의 위험이 크다.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체계가 마비되면서 코로나19나 다른 감염병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티는 지난달 뒤늦게 코로나19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했는데, 인구 대비 접종 비율이 0.2%에도 못 미친다.

현지 구호 활동가들은 깨끗한 식수조차 구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이 번질 위험도 경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2010년 대지진 직후에도 콜레라가 창궐해 9천 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 11년 전의 악몽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은 11년 전에도 수많은 피해를 냈다.

2010년 규모 7의 대지진으로 30만명이 사망했다. 이번 대지진은 해당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진보다 이번이 규모가 더 크고 진원이 얕다.

다만 당시 지진은 인구 밀도가 높은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반면 이번 지진의 진앙지 부근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아 2010년보다 피해규모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리적 요인 탓에 구조 접근성이 낮다.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끊긴 데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을 통과해야해 인력이나 물자의 육로 이동이 쉽지 않다.

구조팀 파견을 약속한 USAID [사진=AFP/연합뉴스]
구조팀 파견을 약속한 USAID [사진=AFP/연합뉴스]

◆ 국제사회 도움

혼돈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재앙에 주변 국가들도 잇따라 위로를 전하며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 상황을 보고받은 뒤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65명으로 이뤄진 수색·구조팀을 아이티에 파견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식품과 의료용품을 지원했고, 쿠바와 에콰도르도 곧바로 구조팀과 의료팀 등을 파견했다. 멕시코와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비극의 여파를 줄일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아이티에 도착한 멕시코 적십자 [사진=REUTERS/연합뉴스]

◆ 지원금 배분, 이번에는 신속하게 잘 진행될 수 있을까?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금의 배분 문제가 이번에는 잘 해결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2010년 대지진과 2016년 허리케인 매슈 때에도 국제사회에서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지원금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존재했다.

아리엘 앙리 총리는 2010년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제대로 분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사회의 도움이 제대로 당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속속 아이티에 당도하고 있지만, 이재민들에게 도달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레카이의 공항에선 구호물자를 실은 헬리콥터가 공항에 도착하자 굶주린 주민들이 몰려가 음식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판사인 피에르 세넬은 로이터에 "난 어떤 정치적 의견도 없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을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지금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재앙에 맞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날 레카이에서 성난 주민들이 모여 임시 거처로 사용할 천막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레카이의 한 천막촌엔 지방 정부가 보낸 구호식량 20∼30세트가 처음 도착했는데, 닷새째 천막생활을 한 이재민 수백 명이 나눠 먹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고 AP는 전했다.


◆ 한국 교민

아이티에는 한국 기업 직원과 자영업자, 선교사 등 한인들도 150명가량 거주 중인데 지금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사관에 따르면 한인들 대부분은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진앙 인근 거주자는 없다.

아이티를 관할하는 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진 발생 후 아이티 거주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행히 아직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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