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코로나와 공존할 수 있을까?
한국이 당면한 과제

[월드투데이 이하경 기자] 영국은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자유의 날'을 선포했다.

7월19일 현지시각 0시가 되자마자 '자유의 날' 파티가 열렸다.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자정이 되자마자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환호했다. '자유의 날'과 함께 영국은 방역 규제 대부분을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모임이나 집회 인원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등 주요 의무 조치를 해제하고 '권고'로 바꿨다. 

'자유의 날' 직전인 7월 17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5천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전 세계에서 영국의 이같은 결정이 백신에 면역력 있는 악성 변이를 만들 수 있다며, '영국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만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예상과 달리 확진자가 점차 줄더니 8월 초엔 2만1천명대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3만명 선을 유지하며 폭발적인 확산은 없었다. 하루 사망자가 대체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전세계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이례적이란 평가다. 백신 1차 접종률이 성인 인구의 90%에 달하지만, 집단면역 효과라기엔 너무 급작스럽게 줄었기 때문이다. 

많은 영국인은 바이러스를 박멸할 순 없으니 죽지 않는다면, 걸리는 정도는 감수하고 지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전원 출근 지침을 내놓고 있다. 18일 영국 하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전면 대면 회의를 진행했는데, 의원들의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의 전 부인이기도 한 새러 바인 데일리 메일 칼람니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최근 한 음악축제에 다녀온 아이들이 사실상 모두 코로나19에 걸렸는데 별 문제 없었고, 내 아이도 가고 싶어한다면 보내겠다. 코로나에 걸린다고 해도 이는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데 치르는 비용이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또 텔레그래프 기자도 음악축제에서 코로나19에 걸렸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일각에서는 영국의 특이한 현상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의 성공 사례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전문가들 생각은 다르다.

백신의 감염 예방률이 완전하지 않고, 백신 미접종자도 있는 상황에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보건 전문가 등은 방역 제한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영국은 성인 인구의 90%가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자도 75%다. 그러나 전문가는 앞으로도 집단면역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지만 아직 집단면역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한 의료전문가는 "백신은 코로나19가 심각하게 악화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감염을 막기엔 부족하다"며 "백신을 맞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당수의 감염 사례가 나온다는 게 증거"라고 말했다.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분석이다. 

인구 구성원 대부분이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을 이루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반적이지만 한 학자는 "인구의 90% 이상이 항체를 갖게 된 영국에서도 집단면역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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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자문위원인 공중보건 전문가 맥키 교수는 "코로나19는 결코 독감처럼 토착화 될 수 없는 이유는 변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변한다는 사실을 델타 변이를 통해 확인했다. 미래의 돌연변이가 또 생길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는 강한 전염성을 갖는다.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해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일 정도로 코로나19는 분명 독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질병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한국정부가 내건 백신 접종 목표를 이미 달성한 국가임에도 집단면역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그럼에도 백신 접종이 필요할까? 맥키 교수의 답은 '그래도 백신'이다. 백신 접종자 70%라는 숫자로는 집단면역 달성에 충분하지 않으니 남은 미 접종자들이 빨리 예방접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맥키 교수는 최근 접종 대상자로 바뀐 10대도 이제는 빨리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의 접종에 대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보다 접종을 함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정부에게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백신 물량 확보다.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해 자국민에게 투여하기 시작한 영국과, OECD국가 중 백신 접종 시작이 가장 느린 한국의 차이는 크다. 

집단면역,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논하기 전, 우선 백신 접종률부터 높이고 보자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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