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대급 무력시위로 대만 압박
미·중 정상회담 가시화, 관계 개선 의지 있지만 '대만' 포기 못해
[월드투데이 노은하 기자]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미중 간의 신경전이 재차 촉발되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0/405561_209663_4329.jpg)
◆ 中, 대만에 사상 최대 규모 무력시위
중국이 지난 1일부터 나흘 연속 군용기 149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출격시키며 양안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이번 무력시위는 대만 국방부가 중국군의 ADIZ 진입 등 대만 주변 활동 동향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규모다.
국경절 당일인 1일, 중국 인민 해방군은 군용기 38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보낸 데 이어 2일과 3일에도 각각 39대와 16대의 군용기를 보냈다.
이어 4일에는 젠(殲· J)-16 전투기 38대와 수호이(蘇· SU)-30 전투기 2대, 윈(運· Y)-8 대잠초계기 2대, 쿵징(KJ)-500 조기 경보기 2대, 훙(轟· H)-6 폭격기 12대 등 군용기 56대를 대만 ADIZ 내부로 진입시켰다.
5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서 활동한 중국 군용기가 평소 수준인 한 대로 줄어듦에 따라 국경절 기간 진행된 대규모 대만 압박성 무력시위는 일단락되었다.
![[사진=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중국군 J-16 사진, AP/연합뉴스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0/405561_209662_3950.jpg)
중국은 대규모 무력시위가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무력시위를 두고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 분리 세력에 대한 심각한 경고"라고 전했다. 또한 "대만 분리 세력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 준비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성명에서 "대만 독립을 꾸미는 것은 죽음의 길로, 중국은 모든 조치를 통해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 도모도 분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美, 압박 중단 촉구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은 3일(현지시간) 중국의 도발적 군사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대만에 대한 압박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중국의 도전에 대해 대만 정부는 자위 능력 향상과 결연한 의지로 대만의 자유와 민주, 평화, 번영을 보호해 왔다"라는 평가와 함께 대만과의 협력 의지를 전했다.
![[사진=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브리핑, AP/연합뉴스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0/405561_209668_478.jpg)
대만은 즉각 미국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중국은 오히려 더 많은 군용기를 보내는 것으로 이에 대응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의 논평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연합 공보(미 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미국의 도발은 중미관계를 해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으로,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상하이 코뮈니케를 비롯한 '미중 3대 코뮈니케'(Three Communiques)를 거론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규정한 '대만관계법 및 6대 보장'을 언급하며 "우린 이것들에 담긴 약속을 지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대만, 강경한 입장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4일 방영된 호주 공영 ABC 방송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오 부장은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그들에게도 막대한 손해가 닥칠 것"이라며, "대만은 중국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대만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고, 이 같은 정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호주 등 이념이 유사한 파트너들과의 안보 및 정보 교류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진=호주 ABC 방송과 인터뷰하는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 대만 외교부 캡처]](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0/405561_209669_4846.jpg)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역시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차이 총통은 "양안 관계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함없다"라며 "대만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은 중국과의 평화 공존을 희망하지만, 대만의 민주주의와 삶의 방식이 위협받는다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의 의도는?
중국이 이번 무력시위를 통해 대만과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만 국방안전 연구원(INDSR) 쑤쯔윈(蘇紫雲) 연구원은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이 실질적으로는 최근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참가한 합동 훈련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베이징의 한 중국 전문가는 5일 최근 중국의 대만 대상 무력시위에 대해 "중국이 '현상 변경'을 유발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석방을 계기로 미중이 대화 모드로 들어갈 것 같은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라는 확고한 의지를 미국에 보여줌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내년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주석직 3연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주권과 영토, 통일에 관한 문제에서 중국은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대만 간 전략적·군사안보적 협력 강화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선 긋기'를 하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 미중 고위급 회담...관계 개선 전환점?
대만을 향한 중국의 공중 무력시위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긴장 역시 고조된 가운데, 양국 수석 외교 고문이 6일(현지시간) 회담을 했다.
![[사진=스위스서 미중 외교 회담하는 양제츠와 설리번, 취리히 신화/연합뉴스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0/405561_209672_5036.jpg)
AP 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날 스위스 취리히 공항 근처 호텔에서 만나 6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의 협력 관심사에 대한 의견과 함께 대만, 인권, 신장, 홍콩, 남중국해 등 중국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이 우려하는 분야 역시 거론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신화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양측은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충돌과 대립을 피하는 행동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연내에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미중 간 첫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 대만 군사지원 이어가는 美
그러나 미국은 관계 회복과 별개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던 미국은 이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방어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의 침공 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의하면, 미군이 대만의 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1년 이상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0/405561_209673_5542.jpg)
20여 명 규모의 미 특수부대가 대만 육군의 일부 부대를 훈련시키고 있고, 미 해병대는 대만 해군의 보트 훈련에 관여 중이다.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상징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군이 대만군 훈련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미·중 간 갈등을 증폭하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한편, 중국이 대만 건국기념일인 쌍십절(10월 10일) 연휴 기간에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후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긴장 수위가 계속 높아진다면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대 중국 견제 카드로 대만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미국과 대만 문제에 대해 '양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국의 신경전이 어떤 형국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