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미국,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에 촉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예민한 이유

[월드투데이 김수민 기자] 내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방 및 미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2021년 5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 리허설, AP통신/연합뉴스]
[사진=2021년 5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 리허설, AP통신/연합뉴스]

폴란드-벨라루스 난민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흑해에서 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앞서 2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가 담긴 정보를 지난주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에 공유했다. 시나리오에는 약 10만 명으로 구성된 100개 전술 대대를 동원한 러시아가 크림반도,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군 9만 2천 명이 국경지대에 집결했다며 내년 1년 1월 말이나 2월 초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24일 러시아 외교전문가 표도르 루키야 노프의 기고문에도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사진=푸틴 러시아 대통령, TASS/연합뉴스]
[사진=푸틴 러시아 대통령, TASS/연합뉴스]

◆ 러시아가 견제하는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올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TV 방송 '로시야-1(러시아-1)'을 통해 우크라니아의 나토 가입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시, 나토 미사일이 우크라니아 동부를 통해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비행하는 시간이 7~10분까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서유럽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북대서양 조약에 바탕을 둔 지역적 집단 안전 보장 기구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소련의 영향으로 동유럽이 공산화되자 위협을 느낀 미국, 캐나다 간 서유럽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원조를 내용으로 조약을 체결하면서 출범했다.

가맹국으로는 영국, 미국, 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있다. 

[사진=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사진=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는 법률을 채택하는 동시에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으로 프로셴코 대통령 정권이 집권하면서 우크라이나의 EU 및 나토 가입을 가속화했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EU 및 나토 가입 노선을 명문화한 개헌안을 승인했으나, 여전히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6월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보장을 위해서는 나토 가입이 필수적이라며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에 서둘러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MAP은 나토 가입을 위한 법적 절차의 첫 번째 조치에 해당한다. 정치, 경제, 군사, 법률 등 주요 분야에 걸쳐 나토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조치들을 수행하고 나토의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MAP 자격 부여는 곧 나토 가입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진=우크라이나 해군 증강을 위해 출항하는 옛 미 해안경비대 경비정,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우크라이나 해군 증강을 위해 출항하는 옛 미 해안경비대 경비정, 로이터/연합뉴스]

크림반도 재통합의 악몽

이번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이 촉각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있다. 이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이 한창일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한 사건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최남단 흑해에 면해 있는 반도로 지난 1991년 소련 해체로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가 되고 크림반도도 우크라이나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크림반도는 자치공화국이 되었다.

2014년 2월 러시아 해군 흑해 함대 소속 해군 보병들이 크림반도 공항을 무혈점령했다. 3월에는 무장병력을 2천 명이나 투입했으며, 같은 날 푸틴이 상원에 요청한 군사력 사용이 빠르게 통과되었다.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찬반 주민 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이 나오자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했고, 푸틴이 러시아 연방 병합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합병되었다.

2014년 3월 UN 총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재까지도 EU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러시아의 접경지 군사력 증강 의도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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