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센터와 일상 마비...다시 봉쇄조치 내려질까 우려
존슨 총리, 잇따른 방역 규정 위반 의혹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새로운 변이종 오미크론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가운데 영국은 '오미크론 해일'의 직격타를 맞아 곤경에 처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총리의 잇따른 방역 규정 위반 소식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사진=부스터샷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는 영국 런던의 한 행인, EPA/연합뉴스]
[사진=부스터샷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는 영국 런던의 한 행인, EPA/연합뉴스]

■ '오미크론 해일' 직격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 중 영국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말을 빌려 '해일'처럼 밀려드는 오미크론 감염 폭증에 비상사태다. 

외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12일 TV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미크론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18세 이상 성인 모두에게 부스터샷을 제공할 것이며, 조속히 접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초 부스터샷 접종 계획 목표에서 1개월 앞당긴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 발표에 앞서 코로나 경보를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한 등급 격상시켰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16일(현지시간) 영국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8만8천376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전날에 비해 약 1만명이 더 많은 수치다.

그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은 1천691건이 추가 확인되며 총 1만1천708건이다. 지난 14일에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영국 보건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중증환자 숫자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으며, 아직 정보가 부족한 점도 빠른 확산의 이유로 꼽았다. 

[사진=영국 코로나19 백신접종 대기, REUTERS/연합뉴스]
[사진=영국 코로나19 백신접종 대기, REUTERS/연합뉴스]

■ 마비된 백신접종센터와 다시 멈춘 일상

존슨 청리의 부스터샷 제공 발표와 함께 영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부스터샷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백신 신청 웹사이트는 접속 오류가 지속되며 한때 마비됐고 백신접종센터에는 아침 일찍부터 긴 대기줄이 형성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 특파원에 따르면 영국 런던 세인트토마스병원의 백신접종센터는 백신 접종 대기시간이 어느 날에는 4시간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대기 줄이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안내 직원은 예약을 권유했지만 예약자 대상 병원 내 백신센터에도 긴 대기줄은 다를 바 없었다고 밝혔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지난 14일 런던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의 44%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으며, 오미크론 변이가 48시간 안에 수도를 지배하는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사태에 출근을 하던 공무원은 다시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내년 초 전면 출근을 준비하던 한 금융사는 그 계획을 중단했다. 학교 또한 등교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고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도 취소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영국에 또 다시 봉쇄조치가 내려질까 긴장하고 있다. 

정작 존슨 총리는 방역 규정 위반 의혹?

16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존슨 총리가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가 함께 유행하면서 확진자는 더 늘고, 더불어 의료진 대거 감염으로 병원 인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규제를 더 강화하거나 크리스마스 파티를 취소하라고 직접 말하진 않으면서도 조심하고 가급적 덜 만나라고 권유했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로 희망을 가지던 이들에게 또 다시 우울한 연말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REUTERS/연합뉴스]

암울한 시기와 맞물려 존슨 총리는 연이은 방역 규정 위반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지는 지난해 5월 총리실 직원 약 20명이 맷 핸콕 전 영국 보건 장관의 코로나19 관련 기자 회견 직후 총리 관저에서 피자파티를 열었다고 합동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중 일부는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즐겼다고 전해졌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첫 봉쇄조치가 내려졌던 시기로, 방역 규정에 의해 가족이 아닌 타인의 경우 사회적 거리 2m를 유지한 채 단 2명만 외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시민들에게 가능한 집에 머물고 방역 규정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던 핸콕 전 장관과 존슨 총리는 직원들과 함께 자리한 것이 밝혀져 비난받고 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총리시 직원들은 추가 봉쇄조치가 내려졌던 2020년 12월에도 총리 관저 등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총리실의 방역 규정 위반 관행이 수개월간 만연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불어나고 있다. 

[사진=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EPA/연합뉴스]
[사진=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EPA/연합뉴스]

한편 존슨 총리와 대조적으로 16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다음 주 초로 예정된 성탄 전 왕실 가족 오찬을 취소했다. 왕실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오미크론의 변이 확산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며, 행사를 진행할 시 많은 사람의 크리스마스 일정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조심하는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