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간 이탈리아에 막대한 투자한 중국
'류사오보 노벨상'으로 7년 간 무역 보복 노르웨이

사진=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선수촌에 걸린 국가들, AFP/연합뉴스
사진=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선수촌에 걸린 국가들, AF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이탈리아와 노르웨이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행정부가 중국이 개최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신장자치구 인권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전통적인 앵글로색슨 동맹들의 보이콧 동참과 달리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은 미국의 뜻에 불참하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 국가인 한국을 비롯해 유럽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동계올림픽 강국 노르웨이까지 올림픽 보이콧 행열에서 발을 빼면서 미국 중심의 외교동맹이 오히려 분열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6일(현지시간) "바이든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놓고 동맹이 분열되고 있다"며 "외교 보이콧은 이미 제한적인 성공이 될 것이라는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추가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노력이 미국 양당과 인권단체, 주요 동맹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는 보편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은 과연 어떤 사정 때문에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려고 하는 걸까?

'실리주의' 이탈리아

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선진국들의 모임인 G7 그룹에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 소속되어 있다. 지난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전세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 국가들은 적극적인 협력을 보여왔다. 

[사진=G7 회담에 참석한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 REUTERS/연합뉴스]
[사진=G7 회담에 참석한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 REUTERS/연합뉴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확장에 공동대응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중국이 자본력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금융지배를 펼칠 것임을 경고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G7 국가들은 기존 미국 중심의 세계를 중심으로 이를 위협하는 세력,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의 확장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구다. 이탈리아 역시 G7의 회원국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는 이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탈리아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다음 2026년에 열리는 제 25회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서 직전 베이징 대회에 국가대표를 파견하는 것이 외교상 적절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사진=2022베이징동계올림픽, AFP/연합뉴스]
[사진=2022베이징동계올림픽,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탈리아의 보이콧 불참 결정에는 대중국 무역과 관련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이탈리아는 중국으로부터 159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왔다. 이는 영국과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세번째로 많은 액수에 해당한다. 

지난 2019년에는 G7국가로는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하는 행보도 보였다. 주세페 콘테 전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에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 사업의 참여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한 G7국가들의 반발로 인해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보류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올해 여름 이탈리아의 미켈레 제라치 전 경제 개발부 차관은 중국 내 이탈리아 상품 시장이 연간 130억 유로에 달하며 제 3국에서 판매되는 이탈리아 제품까지 합하면 그 규모가 약 400억 유로에 육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이탈리아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연어로 혼쭐났던' 노르웨이

세계 최대 연어 수출국이자 노벨 평화상을 심사하는 노르웨이는 지난 2010년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 중국으로부터 무역보복을 당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17년 작고한 류사오보는 살아 생전 중국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반체제인물로 천안문사건 이후 중국 내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사진=노르웨이 국기, 픽사베이]
[사진=노르웨이 국기, 픽사베이]

류사오보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상은 곧 중국 체제에 대한 부정을 의미했고, 결국 중국은 평화상 수여를 결정한 노르웨이에 대해 수년에 걸친 가혹한 무역보복을 단행했다. 류샤오보 사태 이전 노르웨이산 연어는 중국 시장의 92%를 장악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중국이 노르웨이와의 자유무역협정(FTA)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무역 보복을 본격화했고, 이듬해 중국 시장에서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연어의 비중이 70%로 급감했다. 중국의 보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9월에는 노르웨이산 연어에 '전염성 연어 빈혈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노르웨이 연어에 대한 수입을 금지시킨 것이다. 

결국 중국에 굴복한 노르웨이는 지난 2015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가하며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노벨상 사태 이후 6년 만인 2016년 12월에야 비로소 양국간의 국교가 정상화됐다.

국교 정상화 선언의 뒷 이야기는 더욱 비참하다. 노르웨이는 중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약조를 거듭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경제투자를 받으며 양국은 동반자 관계로 다시금 거듭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중국의 무역 보복에 노르웨이가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사진=연어를 사냥하는 곰, 픽사베이]
[사진=연어를 사냥하는 곰, 픽사베이]

7년 간의 무역전쟁 결과 노르웨이 정부는 자신들의 피해액을 최대 13억 달러로 추산했다. 대신 양국 간의 관계 회복으로 향후 과학기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약조받았다. 그 결과 올 겨울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회사들이 노르웨이 시장에 신차를 출시하는 등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동계올림픽 최강국 노르웨이는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주시하면서도 외교사절단은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7년 간의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에 길들여진 노르웨이는 신장위구르에서 벌어지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해선 침묵한 채 베이징에서 펼쳐지는 인류 최고의 겨울 스포츠 축제에 동참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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