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년도 '림팩'에 대만 초청 명시
반중친미(反中親美) 행보 대만, 독립 염원 이룰까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만이 국제 해군 연합훈련 '림팩'에 최초로 참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냉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림팩(RIMPAC)에 참가한 각국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미디어 아카이브]
[림팩(RIMPAC)에 참가한 각국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미디어 아카이브]

미국, 내년도 '림팩' 대만 초청 법안 통과 

미국이 오는 2022년 개최될 '림팩(RIMPAC·RIM of PACific exercise)'에 대만을 초청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2022 국방수권법(NDAA)'에 "내년 림팩에 대만 해군을 초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8월 실시된 림팩에서는 미중 갈등이 정점에 이른 상황에도 대만의 옵서버 참가가 무산되면서 미국이 최후의 '레드라인'은 지켰다는 평이 나온 바 있다. 

림팩은 미국 해군 주관하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해군 연합훈련이다. 국가 간 해상 교통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능력을 키우고 전력 상호 운용능력과 연합작전 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1971년 첫 훈련을 시작으로 통상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격년제로 실시된다. 우리 해군은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번 참가했다. 

[한 남성이 대만과 미국 국기를 함께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 남성이 대만과 미국 국기를 함께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대만의 림팩 참여가 가지는 의미 

대만의 림팩 참여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다. 

우선 중국에 맞서 대만과 미국과의 군사적 결속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독립에 대한 염원이 강한 대만은 꾸준히 반중친미(反中親美) 행보를 걸어왔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훈련 참여를 통해 대외적 중국 견제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두 번째는 국제 동맹 가입을 희망하는 대만의 복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71년 중국에 의해 유엔(UN)에서 축출된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있지만 없는 국가'의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다. 

미국도 대만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신냉전 체제에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해야 하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 중 하나가 대만의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은 지난 10월 개최된 유엔 총회에서 공개 성명을 내고 회원국들에 대만의 유엔 참여 지지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만의 강력하고 의미 있는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하는 데 합류할 것을 권장한다"라며 "대만은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유엔과 일치하는 가치인 투명성과 인권 존중, 법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이 유엔에서 인정한 유일한 합법 대표"라고 강조한 직후 나온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중국 견제 컨소시엄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사인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베이징 인민대회당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중국 "미국의 불장난, 스스로를 태울 것"

중국은 즉각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CCTV는 "대만이 내년 림팩 훈련에 참가한다면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고 강도높은 압박을 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만 카드와 엄청난 군비를 앞세워 중국을 옥죄려 한다"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또한 "미국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봉쇄하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누구든 불장난을 치다간 불에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열린 공산당 100주년 연설에서 "대만의 독립 계략을 단호히 분쇄할 것"이라며 무력통일도 서슴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중국은 연일 대만 상공으로 전투기와 폭격기를 띄우고 있다.

[대만 시가지를 행진하는 탱크들. 사진=타임]
[대만 시가지를 행진하는 탱크들. 사진=타임]

시 주석의 '대만 때리기'가 얼마만큼의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다. 과거와 달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대만의 의지가 강하고,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통한 실질적 군사력도 증대됐다.

지난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2022 국방수권법'은 "대만의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충분한 자위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어느 한쪽의 짝사랑이 아닌 만큼, 대만의 독립이 림팩 참가를 통해 한 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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