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으로 신장 제품 수입 사실상 원천 금지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 불매운동 전개되기도

[월드투데이 김나혜 기자] 미국에서 시행 예정에 있는 신장 제품 수입금지 법안에 중국이 반발하며 그 여파가 미국에도 다시 미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해 왔다. 내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하거나 대만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수출에 제재를 가하는 신장 제품 수입금지 법안에 서명하며 중국과 대립 각을 뚜렷하게 세우고 있다.

미국 '신장 제품 수입 금지'

[사진=법안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사진=법안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중국 신장 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의 인권 탄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신장에서 제조되는 상품을 강제노동의 산물로 전제한다. 그러한 이유로 신장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의 미국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려는 것이다.

신장에서 생산된 상품이 원칙을 깨고 미국에 수입되기 위해서는, 반박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이라고 전제하는 '일응 추정의 원칙'에 따라 해당 상품이 강제 노동과 관련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신장 지역에서는 신뢰할 만한 제삼자의 확인이 어려우므로 이러한 증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특이점은 최종 생산품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신장산 원료, 중간재, 노동력을 일부 활용한 제품도 제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외국 기업들도 미국 수출 제한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장 자치구와의 관련성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미국의 신장 자치구에 대한 제재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신장 자치구의 면화 농장, 글로벌타임스/연합뉴스]
[사진=신장 자치구의 면화 농장, 글로벌타임스/연합뉴스]

중국 내 신장 자치구의 경제 및 인구 규모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이 법안은 특정 상품이 아닌 모든 생산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때문에 중국에 큰 타격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장 자치구는 풍부한 석탄 생산량을 바탕으로 한 값싼 전력 공급으로 인해 태양광 패널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업계를 주도하는 지역이며, 면화 생산량도 상당하다. 그리하여 법안은 이 두 산업을 중심으로 각종 상품의 전 세계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국의 반발

[사진=REUTERS/연합뉴스]
[사진=REUTERS/연합뉴스]

이와 같은 미국의 조치에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6일 중국 정부 대변인은 미국의 주장과 달리 신장은 강제 노동을 금지하고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법안 시행으로 냉전의식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법안의 의도가 신장의 면화, 태양광 패널 등 주요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미국이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정치평론가 우창은 지난 29일 신장 자치구 신임 당서기가 신장의 경제 발전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당서기가 미국의 수입 금지 압력에 맞서 유럽으로의 수출을 장려하고 국제 공급망에서의 지위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기업에 미친 여파

[사진=웨이보/연합뉴스]
[사진=웨이보/연합뉴스]

중국의 반발은 미국 기업에도 다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신장 제품 수입금지 도입 이후, 일부 중국 소비자는 미국 기업인 월마트가 중국 내 월마트와 샘스클럽(월마트 계열의 회원제 마트) 매장에서 신장 지역 농산물을 고의로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월마트와 샘스클럽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샘스클럽 매장의 고객센터에는 회원 탈퇴 신청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늘어섰다.

월마트가 공개적으로 신장 제품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신장 제품 수입금지로 인한 미중 갈등에 불똥이 튄 모습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불매운동 분위기가 고조된다면 월마트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신장 제품 수입금지 법안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오며 미국에도 다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마트의 피해는 중국 소비자들의 움직임이며,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경제적, 외교적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조치가 개인들의 반발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만큼, 미국은 그러한 반향에도 적절히 대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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