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횡령 금괴 추가 발견...완전 회수까지 96개 남아
신뢰도 타격 불가피vs시장 점유율 굳건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업계 1위의 날개 없는 추락에 경쟁 기업의 반사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0일 오후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215억 원을 횡령한 이모씨 가족의 주거지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괴 254kg 추가 압수...남은 금괴 96개 

재무팀장 이씨가 숨겨둔 금괴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환수의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강서경찰서는 전날(10일) 파주에 있는 이씨의 아버지, 아내, 여동생 주거지 3곳을 압수수색해 아버지 주거지에서 1kg짜리 금괴 254개를 압수했다. 

금괴 851개 중 절반가량을 압수한 경찰은 나머지 400여개는 소재를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씨 아버지 주거지에서 254개를 추가로 찾아낸 것이다. 금거래소에 동결된 4개를 제외하면 회수해야 할 남은 금괴는 96개가 됐다.

앞서 경찰은 횡령금액 회수를 위해 이 씨 명의로 된 증권계좌 내 250억원 상당의 주식을 동결하고, 체포 현장에서 금괴 497㎏, 현금 4억3천만원을 압수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10일 재무팀장 이 씨의 횡령 금액을 1,880억 원에서 2,215억 원으로 정정 공시하고 이 씨를 횡령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여기에 이 씨의 부인과 여동생, 처제 부부 등도 범죄수익은닉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당초 사측은 이씨의 횡령금액을 1,880억 원으로 파악했으나, 횡령 정황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당초보다 100억원 가량 늘어난 1,980억으로 집계된 바 있다. 

[11일 덴티움 증권거래 차트. 사진=한국거래소/네이버금융]

'오스템' 멈추자 '덴티움' 날았다...반사이익 급등

부동의 업계 1위가 흔들리면서 경쟁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 본부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에 따른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종가 기준 주가는 142,700원이다.

반면 업계 경쟁 업체인 덴티움 주가는 큰폭으로 급등했다. 이날 덴티움은 장중 7만1400원을 터치하며 상승세를 이어가 전일대비 4.20%(2,800원) 오른 69,4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00년 6월 7일 설립된 덴티움은 주요 목적사업으로 의료용구 제조 및 판매업, 의료장비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임플란트 제품을 주력으로 고객 서비스 만족 극대화를 위해 치과용 의료기기 및 생체재료를 Total Solution으로 개발, 생산, 판매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16%로 오스템임플란트 바로 다음 순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사진=연합뉴스]

기업 신뢰도 추락했지만...시장 점유율 리스크 적을듯

횡령금을 회수하고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회사의 타격이 없을지는 미지수다. 

이씨의 횡령이 불거지면서 지난 2014년 최대주주 최규옥 회장의 횡령 건까지 재조명되는 등 회사 신뢰도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역대 최고 횡령사건으로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줬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신뢰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회사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데, 내부관리가 허술한 회사라고 알려지면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진=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시장 지지 기반 약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입은 타격은 클 수 있지만 그간 구축해온 기반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제품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1위, 아시아1위, 세계 4위의 임플란트 제조업체다. 주요 사업으로 치과용 임플란트 및 치과용 소프트웨어 제조·판매를 영위하고 있으며 임플란트 시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CAS/LAS Kit, ESSET Kit, 122 Taper Kit 등 다양한 기구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국내 점유율 50%를 가능케 한 특징적인 점은 세일즈 방식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치과 의사를 상대로 12주 가량의 임플란트 재료 교육을 진행하며 자사 재료의 진입장벽을 낮춰왔다. 개인 치과를 주고객으로 둔 만큼 프리미엄 업체의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도 강력한 무기다. 

코스닥 18위 우량 기업임을 감안할 때 상장폐지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2조원 규모에 영업이익은 981억원을 기록한 우량"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기업의 영속성 및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7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중 어지러움을 호소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연합뉴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7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중 어지러움을 호소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 비리→일가족 공범? 

수사는 이씨 개인에서 일가족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찰은 앞서 이씨 아내와 처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소환조사했다. 이씨의 아버지도 입건해 공모여부를 수사할 계획이었으나 유서를 남기고 실종되면서 수사의 다소 차질이 생겼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씨 아버지 신변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초기 최 회장을 비롯한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게 없는 상황이다. 연초를 뒤흔든 횡령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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