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관 직원 가족 및 미국 국민 철수 명령...우크라이나 "지나친 조치"
영국-일본 뒤이어 철수 권고...EU "계획없어"

[사진=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사진=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당국을 지키는 조치를 줄지어 발표했다.

이런 미국의 발표에 대해 세계 각 국의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상당한 규모의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해당 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외교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이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약 2달 만에 만나 회담을 가졌지만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은채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연합뉴스]
[사진=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연합뉴스]

■ 우크라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 철수 명령

23일(현지시간)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고, 비필수 인력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출국해도 된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위협이 지속됨에 따라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 당국자에 의하면 이번 조치가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변함 없이 지지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도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조치에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자국 외교관들을 보호하려는 외국의 권리는 인정하지만 미국 측의 결정은 시기상조이며 지나친 경계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니콜렌코 대변인은 러시아 측의 위협은 2014년 이후 지속돼왔으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러시아군 집결도 지난해 4월부터 계속되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크림반도 고속도로 따라 이동하는 러시아군 장갑차들, 연합뉴스]

■ 미국 이어 영국-일본도 철수 조치 

미국에 이어 영국 외무부도 지난 24일 "러시아 측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대사관 일부 직원과 그들의 가족들을 키예프에서 소환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동일하게 영국 대사관은 중요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

25일 일본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발표에 앞서 일본 외무성은 도네츠크주 등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이어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위험정보를 레벨1(충분한 주의 요망)에서 레벨3(방문 중지 권고)로 올린 바 있다. 

일본 외무성 한 간부는 앞선 미국 정부 방침을 살펴보면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일본도 이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조치를 잇는 영국, 일본 등과 달리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외교관들의 가족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미 국무부, 러시아 여행 금지. 미 국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사진=미 국무부, 러시아 여행 금지. 미 국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한편 23일(현지시간) 미국은 추가로 러시아를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여행 금지령의 이유로는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 고조, 미국인을 노린 러시아 당국의 괴롭힘, 미 대사관의 러시아 내 미국인 지원 제약, 코로나19 등을 꼽았다.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의 러시아 군사 배치와 훈련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에 있거나 여행을 가려는 미국인은 국경 상황이 예측 불가능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주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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