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인력 부족으로 인해 더는 감당 불가
고소득국가의 의료진 영입...저소득국가 의료계 심각화
증상이 경미한 의료진의 업무 복귀

[월드투데이 박소은 기자] 전파력이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의료계에서 인력난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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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국과 미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 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속된 확산으로 자가격리 대상자의 급증해 심한 인력난으로 필수 분야의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각국은 서둘러 방역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영국은 의료진과 같은 필수분야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확진자 격리 기간을 5일까지 줄였다가 지난 20일에는 자가격리 규정 자체를 철회했다. 또한 실내 마스크 착용, 대형 행사장 백신 패스 사용 등의 주요 방역 규제를 폐지했다.

주요 방역 규제 폐지에 이어 의료진의 백신 접종 의무 폐지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의료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을 재고한다고 전해졌다.

아직 1차 접종도 하지 않은 일선 의료계 종사자는 8만 명 정도에 달한다. 영국 병원들은 다음 달 3일부터 미접종 직원을 해고하거나 다른 업무에 배치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미접종 의료진이 감염병을 전파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한편, 의무화로 인해 인력 부족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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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의료진 부족 현상으로 인해 영국은 다른 나라의 의료진을 영입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20년 해외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패스트 트랙 절차 '헬스 앤드 케어 비자'를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비자 발급 비용을 낮추고 신속하게 절차를 처리하는 혜택을 주는 제도다.

영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들이 저소득국가의 의료 인력을 채용하는 정책을 펼쳐 의료진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는 의료 인력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국제간호사협의회(ICN)의 하워드 캐턴 수석 대표는 "매우 위험한 점은 간호사가 가장 풍족한 나라들이 간호사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저소득국가의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현 상황을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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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인력난이 커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차 접종자면서 밀접 접촉자 또는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업무 복귀가 빨라져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여러 병원이 원활한 의료서비스 운영을 위해 무증상 또는 증상이 가벼운 감염자의 업무 복귀를 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직장의 인력 수급 상황에 따라 격리 기간을 완전히 폐지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 경우 병원은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직원을 우선 복귀시켜야 한다.

애리조나주에 있는 한 대형병원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상사의 허락을 받아 근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보건 관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무증상 의료종사자는 계속 일할 수 있으며 될 수 있는 대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일에 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CDC의 지침 변경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캔디스 콜데로는 지난달 코로나19 감염 후 7일 뒤까지 증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은 업무 복귀를 요청했고 그는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거절했다. 

[사진=연합뉴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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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러한 의료진 인력 부족 상황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17만5천 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 간호사 노조 전미간호사연합(NNU)은 인력 충원과 근무 환경 개선 촉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6개 주에 군 의료팀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말했다. 

각국의 의료진 보충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상황을 해소시킬수 있을 지, 아니면 오히려 악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지치지않고 부족하지않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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