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선 1차 투표 실패로 돌아가...결과 미궁속으로
총리 마리오 당선 유력한 것으로 보였으나 1표에 그쳐
정치 전문가들, 28일 즈음 당선자 나올 것으로 예측

[사진=이탈리아 대통령 선출 투표장인 로마의 하원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사진=이탈리아 대통령 선출 투표장인 로마의 하원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월드투데이 김지현 기자] 이탈리아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대선 투표를 시작했으나 예상대로 1차 투표가 부결됐다.

차기 대통령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후보 예측도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이는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투표 방식 때문이다. 먼저, 모든 성인이 투표권을 가지지 않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상·하원 의원(951명)과 지역대표(58명)을 합친 1천9명이 투표를 진행한다. 

후보들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는 형식도 아니다. 투표권을 가진 이들이 각자 선호하는 후보를 적어내는 방식이다. 원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적어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느 나라보다 대통령을 점치기 힘든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탈리아만의 이색적인 투표 방식은 가톨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추기경단이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교황 선출 방식은 '콘클라베'(conclave)로 '비밀회의'라는 뜻이다. 

참고로 가톨릭은 이탈리아의 국교가 아니지만 문화적,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가톨릭이 사실상 국교나 다름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진=이탈리아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궁', 연합뉴스]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3분의 2 이상의 지지율이 나와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투표가 재진행되는 식이며, 4차 투표까지 가면 이후부터는 과반 지지를 얻는 자가 당선되는 구조다. 

우리나라처럼 투표를 한 당일 밤 결과를 본 후 잠에 드는 건 상상도 못한다. 실제로 지난 1971년 대선에서는 23번의 투표가 진행되어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예상했듯이 지난 24일 5시간에 걸쳐 진행된 투표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672표가 백지표, 49표가 무효표임에 따라 1차 선거는 실패로 돌아갔다.

[사진=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연합뉴스]

정원의 3분의 2, 즉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득표율만큼 백지가 나온 건 이번이 이례적이다.

이는 대의원단의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상·하원 의석 구조상 좌우파 정당 그룹 어느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해 벌어졌다.

반전은 끝나지 않았다. 연일 '슈퍼마리오'로 불리며 온갖 관심을 받은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단 1표밖에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을 안겨줬다.

양 정당이 타협을 통해 공통 후보 추천을 해야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 측이 활발하게 교섭하며 후보를 물색 중이나 구체적인 이름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사진=이탈리아 국기와 지도를 합친 모습, 픽사베이]

이탈리아의 현 상황이 문제적이어 보일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예상대로라는 의견이다. 이탈리아의 정치는 예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 나라는 지역색이 심하게 뚜렷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탈리아는 북부의 경제적 지위가 남부와 큰 차이로 우세하다. 북부의 대표로는 밀라노, 남부의 대표로는 로마와 피렌체가 있다.

양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차이로 인해 북부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항상 있어왔다. 이러한 상황은 자국의 정치 역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북부는 극우 분리주의 정당이 극성했고, 이에 우파연합의 수장 동맹은 현재까지도 북부의 분리독립을 내걸고 있다. 반면, 남부는 그들의 기본소득 보장과 연금 혜택 확대를 내건 좌파를 여전히 지지한다.

[사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대통령직 도전 항의하는 이탈리아 시위대, 연합뉴스]

정치부패도 심하다. 이탈리아의 부패인식지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내각 또한 매우 불안정한 편이다. 완전한 비례대표제임에 따라 다양한 정당이 난립하여 1964년 이후 내각이 67번이나 바뀌었다. 정부당 평균 존속 기간은 13개월에 불과하다.

이유는 제도에 있다. 이탈리아는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가 물러난 후 헌법을 제정했는데, 그 당시 중점은 원칙은 독재자의 재발을 막는 데 있었다.

그렇기에 내각이 유지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방식임을 알아도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사진=이탈리아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왼쪽)과 마리오 드라기 총리, 연합뉴스]

마치 무정부 상태를 보는 듯한 의회의 모습은 드라기가 크게 개선했다. 그는 총리로 취임한 후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좌우파 정당 양측의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이후 내각이 안정화됨에 따라 그는 의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1차 선거에서 그가 1표밖에 얻지 못한 이유 또한 위의 업적에 있다.

그가 당선될 경우 일궈놓은 '무지개 내각'이 붕괴되어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명, '마리오의 딜레마'다.

그렇다고 해서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낙선을 장담하긴 이르다. 그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정가와 정치 전문가들이 "28일 즈음 당선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보는 상황이지만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와중에 마리오가 그의 딜레마를 깨부수고 대통령이 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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