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확진자 8만 명 육박...'자고 일어나면 최다치'
오미크론과의 전쟁 선포, 식당 영업시간 9시까지
정부 예상과 다른 대확산에 기시다 총리 지지율도 하락

[사진=오미크론이 창궐한 도쿄, AP/연합뉴스]
[사진=오미크론이 창궐한 도쿄, A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전파로 코로나 6차 유행에 접어든 일본이 연일 최고치의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27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 연속 최다치를 경신해 7만 8천931명이 집계됐다.

닷새 전 5만명 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 25일에 6만 명, 지난 26일에 7만명을 넘어서 이제 8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일주일 간 추가된 신규확진자 수만 해도 41만 2천333명으로 한달 전 1천894명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약 218배가 증가한 수치다.

 

오미크론 진압 위해 긴급사태 선포한 일본

 

일본 역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다르게 신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인 급증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나 델타 변이보다 중증 위험도는 낮지만 전염성이 매우 높다. 일본은 이미 오미크론의 우세종 전환이 이뤄졌으며, 최근에 발생한 환자들의 대부분은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마스크를 착용한 도쿄 시민들, AP/연합뉴스]
[사진=마스크를 착용한 도쿄 시민들, AP/연합뉴스]

일일 확진자 수가 6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25일 도쿄에선 지난 1주일 간의 스크리닝 검사를 발표했는데, 검사 결광 따르면 신규 확진자의 99%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

도쿄 지자체의 발표가 있은 다음날인 26일에는 아사히신문이 후생노동성과 유관된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최근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97%가 오미크론 변이종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분석을 보도했다. 이러한 발표와 있은 날 일본 내 신규확진자 수는 7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연일 계속되는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에 버금가는 방역 정책을 선포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7일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34개 지역에 비상 대책의 일종인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방역 대책으로 국가 긴급사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해당 조치가 발령되면 음식점 등에서 저녁 9시 이후로 영업을 할 수 없다. 광역자치단체에 따라 식당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도 제한할 수 있다. 

[사진=저녁시간에도 한산한 도쿄의 식당가, AP/연합뉴스]
[사진=저녁시간에도 한산한 도쿄의 식당가, AP/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스가 내각은 도쿄올림픽 기간에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술 판매를 제한했지만,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주류 판매 규정은 지난번보다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미크론 예측 실패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에도 먹구름

 

사실상 오미크론에 대한 방역 대책이 실패하면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진=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사진=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사회조사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전국 유권자 1061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18일에 실시된 직전 조사에 비해 2%가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교도통신 역시 같은 시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 대비 4.1%로 하락했음을 발표했다. 또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의 비율도 2.5%나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NHK와 요미우리신문이 이달 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내각의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각각 4∼7%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근래 신규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민들의 정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국민들의 심경변화는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기시다 내각의 코로나 대책에 대한 평가에서 확인된다. 본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한 응답자의 비율은 31%에 그쳤다. 이는 지난달에 비해 15%가 감소한 수치다.

실제로 일본 내에선 기시다 내각이 오미크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방역 대책을 수립했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대책을 관장하는 후생노동성은 작년 11월 오미크론 상륙 상황을 가정해 각 지자체별 일일 확진자 수를 예측했다. 그러나 6차 유행이 본격화된 이후 전국 47개의 지자체 중 36곳에서 후생노동성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감염자 수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히로시마, 시마네현은 정부 예상치의 4배 수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도쿄 역시 2배 수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로 인해 예상치를 바탕으로 설정한 의료 및 자택 요양 체계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의 의료상황: 진단키트 부족에 3차 접종 사망자도 나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자 일본 정부는 검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염자 선별 방식 등에 변화를 줬다.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은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이들이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를 받지 않아도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 여력이 없거나 중증화 우려가 적은 사람은 검사 키트를 사용해 자가 검진한 후 의사가 배치된 지자체 건강 관찰 거점에 연락해 관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치는 의료시스템 유지를 위한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적용된다.

[사진=코로나 진단 검사, AFP/연합뉴스]
[사진=코로나 진단 검사, AFP/연합뉴스]

일본의 오미크론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검사 역량에도 곧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검사 키트를 생산하는 각 업체의 제품 재고량은 이달 19일 기준으로 약 600만 개였는데, 이 중 300만 개 이상이 이미 출하됐다고 알렸다.

일본의 한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3일의 검사 키트 판매량이 한 달 전과 비교해 26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수요 급증으로 주요 업체가 추가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정부가 매수를 보장할테니 일일 생산량을 80만 회분까지 늘리도록 각 업체에 요청했다.

한편 부스터샷, 즉 3차 백신에 대한 접종률도 미비한 상황이다. 일본의 3차 접종률은 지난 21일 기준 1.5%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3차 접종자 중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각각 맞은 57세 여성과 70세 남성이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나오면 접종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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