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개국 대표 만장일치...생산-재활용-폐기 그리고 미세플라스틱까지 다뤄

케냐 나이로비에서 재개된 유엔 환경회의 폐회식 현장 [사진=Xinhua/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에서 재개된 유엔 환경회의 폐회식 현장 [사진=Xinhua/연합뉴스]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이 오는 2024년 말까지 만들어질 전망이다. 

전 세계 175개국 협상 대표가 케냐 나이로비에 모여 제 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일주일 넘게 협상을 벌인 끝에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자는 내용의 기념비적 합의안을 끌어냈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추후 협상 과정을 통해 나올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UNEA는 이를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최대의 친환경 합의(그린 딜)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UNEA는 유엔의 환경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이번 총회에는 5천명 가까이 참가했다. 이들은 회의장과 화상으로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오염 관련 조약을 만들기로 한 결의안에 만장일치했다. 회원국들은 연내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을 개시하고, 2024년 협약 안건 완성을 목표로 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고 외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비대면으로 참여했다.

호수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병과 쓰레기들 [사진=AP/연합뉴스]
호수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병과 쓰레기들 [사진=AP/연합뉴스]

■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

플라스틱 생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10%가 채 안되고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플라스틱의 특성으로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재활용이나 매립되지 않고 바다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현재 1분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쏟아져 들어간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생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분해되어 생성된 미세 플라스틱은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씩 지구를 떠돌며 어류, 패류 등 해양 생물의 몸 속에까지 흘러들어가 인간이 섭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염증성 장 질환, 뇌 발달 저하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시사하는 연구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펜데믹 기간 동안 배달과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배출량이 늘어났다. 펜데믹이 본격화됐던 지난 2020년 한국의 각 가정에서 배출된 폐플라스틱은 전년비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 주워진 플라스틱 벽으로 만든 예술 조형물 [사진=AP/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 주워진 플라스틱 벽으로 만든 예술 조형물 [사진=AP/연합뉴스]

■ 플라스틱 규제 조약이 세계에 미칠 영향

에스펜 바스 에이데 UNEA 의장은 이번 협약을 통한 조약이 구체화할 경우 전세계 석유화학 기업과 경제에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주된 플라스틱 생산국인 미국, 인도, 중국, 일본 등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은 미국이 130kg, 영국99kg, 한국 88kg 순을 기록했다. 주요 생산국이자 배출량 1위인 미국은 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약은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에서 재활용, 폐기까지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다룬다. 나아가 먹이사슬까지 영향을 미치는 미세플라스틱도 포함된다.

그동안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유엔환경총회 차원에서 다수의 결의안을 도출했으나, 이번 합의는 해양에 한정되지 않고 플라스틱의 전주기적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제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통상 글로벌 협약을 만드는데 5년∼10년을 요구하는 데 비해 불과 플라스틱 규제협약 논의 기간이 3년 안으로 잡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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