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남극 동부에서 1천200㎢ 면적의 빙붕 붕괴
'대기천' 현상과 열돔 현상 겹치며 온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
비교적 안정적이던 남극 동부에서의 붕괴…전문가들 '위기의 전조신호'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남극 동부 지역에서 이탈리아 로마 크기만 한 빙붕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미국 국립빙하센터(USNIC)는 지난 25일 가디언을 통해 약 1천200㎢의 면적을 가진 '콩거(Conger) 빙붕'이 지난 18일 붕괴되었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미 국립빙하센터(USNIC) 제공/AFP/연합뉴스]
[사진=미 국립빙하센터(USNIC) 제공/AFP/연합뉴스]

빙붕이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내륙 빙하가 바다로 밀려와 녹지 않도록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러한 빙붕이 줄어들면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콩거 빙붕이 무너져내린 지난 18일은 남극 동부가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을 기록한 날이다. 당일 남극 동부 내륙에 위치한 '콩고르디아 기지'의 관측소는 -11.8℃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 기온보다 40℃ 이상 높은 수치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빠르게 진행된 이번 붕괴는 남극 동부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빙하연구가인 피터 네프는 남극 동부에서 빙봉이 붕괴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얼음과 암반의 구조 차이로 남극 동부는 남극 서부와 같은 속도로 얼음이 녹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극 대륙에서 얼음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남극 동부는, 최근 빠르게 녹고 있는 남부에 비해 덜 위협적으로 여겨져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우즈홀 해양 연수소의 지구행성학자 캐서린 워커 박사는 콩거 빙붕이 200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가 2020년 초 전까지는 점진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지난 4일을 기준으로 빙붕의 면적이 지난 1월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워커 박사는 콩거 빙붕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이번 일은 '라르센 빙붕B'가 무너졌던 2000년대 초 이후 남극 대륙을 통틀어 주요한 붕괴 사건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남극 반도의 라르센 빙붕B는 2002년 급속도로 붕괴하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NASA 제공/AP/연합뉴스]
[사진=NASA 제공/AP/연합뉴스]

한편 네프 빙하연구가는 이번 빙붕의 붕괴가 이달 관측된 '대기천' 현상에 따른 고온과 관련이 있다면 관련된 추가 연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천 현상이란 대량의 수증기가 대기 중에서 강처럼 긴 띠 형태로 움직이는 현상으로, 지난 15일 남극 동남부 해안 지대에 상륙해 호우를 유발했다. 이로 인해 인근 빙하가 녹으면서 대륙 안쪽까지 습기가 퍼졌는데, 당시 강력한 열돔 현상이 겹치면서 습기가 해소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극 동부 지역에 집중되어 열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콩거 빙붕 붕괴가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를 위기의 전조신호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워커 박사는 이번 콩거 빙붕 붕괴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일의 징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남극과학우수센터(ACEAS)의 매트 킹 교수도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함께 더 많은 빙붕이 무너지는 걸 보게 될 것이며, 이는 세계의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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