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효석' 문학적 업적 기리기 위해 제정된 시상식...
2021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총 6편을 엮다

[사진=메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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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소설가 이효석은 일제감정기에 활동하던 작가로, 한국의 문학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는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이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을 주로 집필하였다. 

'이효석문학상'은 소설가 이효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2000년도에 처음으로 제1회 시상식이 열렸으며, 지난 2021년 8월에는 제22회를 맞았다.

시상은 중·단편소설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심사 의원들이 여러 후보작 중 한편을 선정하여 대상을 수여하고, 나머지의 작품들에게는 우수작품상을 수여한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당해 년도 수상작품을 엮어 작품집으로 발간한다.

이 글은 전년도에 발간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에 실린 단편들을 짧게 리뷰하는 글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단편리뷰① 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 그리고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경욱 작가의 '타인의 삶', 김멜라 작가의 '나뭇잎이 마르고'를 리뷰한다.

이서수 작가 - '미조의 시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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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인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비우고 다른 집으로 이사 가야 할 처지에 놓인 미조는, 어머니와 함께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낙성대 근처 전셋집을 보러 간다. 그러나 수중에 있는 5천만 원으로는 살만한 전셋집을 계약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동산에서 보여준 집들은 옆집의 음식 냄새가 그대로 넘어오거나 볕이 전혀 들지 않는 반지하집들이었다.

또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20대 청년 미조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번번한 일자리를 얻기에는 쉽지 않다.

내일은 멀고, 우리의 집은 더 멀고, 민들레 꽃씨가 날아와 우리 머리 위에 내려앉는 꿈은 가까운 그런 밤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미조의 시대'는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미조'들이 살아가는 시대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5천만 원으로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해야 하면서도 취업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미조', 그리고 고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결국 체념하고 현실을 수용하는 '수영'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김경욱 작가 - '타인의 삶'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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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법원 앞에서 '미라보라사'라는 양복점을 운영하는 재단사이다. '나'는 줄자로 잰 듯 조금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는 아버지가 부끄러운 비밀이라고는 전혀 없는 철두철미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임종을 앞두고 사경을 헤매는 가운데 장남인 '나'에게 "네 형은?"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정체불명의 한 사내가 나타난다. 그 사내를 보고 '나'는 사십여년 전, 아버지가 데려왔던 어떤 이름 모를 형을 떠올린다. 

'나'는 그가 혹시 배다른 형제인가 생각해 보고, 그와의 접촉을 시도해 본다. 일평생을 방황 없이 오직 바르게만 살았을 것 같은 '나'의 아버지, '나'는 그에게도 살아오면서 여러 샛길이 있었기를 바라는 한편, 아버지에게 만약 정말로 아무 비밀도 없다면 어떨지 두려워진다.

수도꼭지를 잠그고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저 두려움의 높이에 걸린 양복 주인이 칸막이 문을 열고 나오기 전에

'나'는 결국 그 사내에 대한 비밀을 풀기보다는 가슴속에 묻기로 한다.

결국 끝내 비밀을 풀지 않음으로써 아버지에게도 비밀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나'의 태도는, 멀게만 느껴졌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아버지에 대한 '나'의 심리를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 '타인의 삶'은 '타인'으로만 느껴진 아버지를 '타자'로서 받아들이기 위해 아버지의 삶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나'를 보여줌으로써, 과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김멜라 작가 - '나뭇잎이 마르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앙헬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마음씨'라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체'라는 선배를 만나게 된다. '체'는 어린 시절 생긴 장애로 인해 자음을 제대로 발음할 수 없었으며 한쪽 다리가 안쪽으로 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움추려들지 않으며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앙헬도 처음에는 '체'의 혀 짧은 발음으로 인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그녀와 친해지며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말보다 더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앙헬은 체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듣게 되고 그 이후로 조금씩 그녀와 멀어지게 된다. 

그 이후 앙헬은 오래간만에 체와 다시 만나게 되고, 여전히 그녀의 부정확한 발음이 선명하고 또렷이 들리지만 아직도 그녀가 멀게만 느껴진다. 그녀는 스스로도 왜 그런 것인지 원인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

소설 '나뭇잎이 마르고'는 장애인, 퀴어 등 오늘날 차별 어린 시선을 받고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모습을 '체'라는 인물에 투영시켰다. '체'가 주변 평범한 사람들과 잘 융화되어 지내는 모습을 통해서는 소수자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체'의 모습을 통해서는 여전히 일반인들과 보이지 않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양면의 모습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한 번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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