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황유미 작가의 소설집
'독립출판물'이었으나 큰 인기 힘입어 정식 출판
'자신'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진=빌리버튼]](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07_217315_3618.jpg)
[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피구왕 서영'은 황유미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1인 출판, 즉 독립출판물이었던 '피구왕 서영'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게 되고 정식 출판됐다.
표제작 '피구왕 서영'을 비롯하여 4편의 단편소설들은 사회, 학교, 가정과 같은 큰 집단에서 개인의 주관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피구왕 서영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07_217316_3651.jpg)
초등학교 4학년 이서영은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간다. 서영이 자리에 앉자 옆에 앉은 짝 윤정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그러나 서영은 현지 무리에 의해 윤정이 반에서 소외당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현지의 포섭에 의해 현지 무리와 함께 어울리게 된다.
서영은 어느 날 체육대회를 앞두고 밖에서 따로 피구 연습을 하던 중, 윤정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후 이들은 함께 피구 연습을 하며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현지 무리 때문에 학교에서는 대놓고 윤정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서영은 윤정과 현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소설속 반의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현지, 현지가 쳐놓은 울타리에서 철저히 배척당하는 윤정, 그리고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서영의 모습은 집단의 권력구조와 긴밀히 얽혀있는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권력관계와 인간관계의 일면을 핍진하게 그려낸 표제작 '피구왕 서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큰 사회'의 축소판 같다.
다수 무리에 속하지 못한 '윤정'이라는 아이는 집단을 공고히 하기 위한 희생양이며, 반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치 관성과 같이 그 질서를 묵인하고 받아들인다.
굳어버린 시멘트처럼 고정된 질서는 그것이 비록 부조리할지라도 용기 없이는 깨고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끊임없는 내적 갈등 끝에 그 관성에서 이탈하려는 서영의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도 다수가 용인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부조리함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물 건너기 프로젝트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07_217317_3720.jpg)
'나'의 할머니는 '나'의 어머니가 둘째는 아들을 낳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후 '나'의 어머니가 임신을 하자 용한 무당에게 찾아가게 되고, 둘째는 아들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무당으로부터 장녀인 '나'가 외국에 나가면 아들에게 살이 온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할머니는 이런 말을 듣고 이후 '나'에게 "동생 잡아먹을 년"이라고 한다. 집안 어른들은 '나'의 동생을 물심양면으로 편애하는 한편 무당의 예언처럼 '나'로 의해 동생이 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에 노심초사한다.
한편 '나'는 알바를 하며 돈을 저축하고 외국 관련 공부를 하며 해외로 나갈 준비, 즉 '물 건너기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그리고 마침내 외국으로 출국하기 전, '나'는 '물 건너기 프로젝트'라고 쓴 손때묻은 연습장을 책상 위에 두고 온 것을 생각하며 다른 누군가가 열어보는 것을 상상한다.
소설집의 또 다른 단편소설 '물 건너기 프로젝트'는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나' 사이의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고착화된 구시대적 성별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그리고 가장 1차적으로 '돌봄' 기능을 수행해야 할 가정이라는 존재가 누구에게는 감옥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레르기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07_217324_3351.jpg)
'나'는 외부 특정 물질에 비정상적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가 있는 체질로 태어난다. 그리고 어느 날 알레르기 체질로 살아가는 '나'는 왜 어떤 대상과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야만 하는지 의문이 생기게 되고, 이를 해결하고자 비영리 단체인 '알레르기 협회'에 가입하여 활발히 활동한다.
그리고 어느 날 이상한 신규 '알레르기 항원'이 발견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알레르기 항원은 타인에게 불시에 침범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이들은 분노, 두통, 심박수 증가와 같은 내부 증세를 동반하게 한다. 이에 '알레르기 협회'는 '사람' 알레르기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 강령을 제정해 배포하게 된다.
소설 '알레르기'는 개인의 영역을 멋대로 침범하는 사람들을 '알레르기 항원'에 빗대어 재미있게 표현한 소설이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분노, 괴로움과 같은 이상 증세가 일어나도록 한다. 저자는 이러한 '알레르기 항원'같은 사람들에 대처하기 위한 강령 및 여러 대응을 사례로 들어 설명해준다.
그들은 십중팔구 범지구 알레르기 협회 회원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용기가 없어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자. 대신 부당함에 정당하게 항의하는 친구에게 지지를 보내자.
한편 같은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모인 '알레르기 협회' 회원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녹색 배지를 달고 다닌다. 그 변화가 미약하든 광대하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위로를 준다. 이는 어떤 일이든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연대'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소설집 '피구왕 서영'에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보다 자신에게 더 맞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소설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 '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수록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