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읽히는 세계명작 소설 '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주인공 '싱클레어'에 그의 모습 담아
"자아 성장의 끝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
![[사진=스타 북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82_217408_5911.jpg)
[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소설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로 제1차 세계대전이 치러지는 중에 쓰이기 시작하여 전쟁이 끝난 후인 1919년에 발표되었다.
당시 헤세는 어려운 가정사와 자신의 조국인 독일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심한 충격과 우울에 시달렸으며 심리 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때 헤세가 겪은 정신적 방황에 대해 자전적으로 풀어쓴 것이 소설 '데미안'이다.
헤세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에 쓰인 소설인 만큼, 소설 '데미안'은 헤세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성장하며 겪는 고단한 내적 갈등과 복잡한 번뇌를 생생하고 또렷하게 묘사하고 있다.
데미안은 세계명작 소설 중 하나로서 오늘날에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줄거리
'싱클레어'는 10살 무렵 라틴어 학교를 다닐 때부터 세상에는 평화가 어우러진 밝은 세계와 무섭고 사악한 어두운 세계가 동시에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밝고 평화로운 세계에 살면서도 어두운 세계를 동경한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라는 난폭하고 괴팍한 성격을 가진 아이와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사과를 도둑질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약점이 잡히게 된 싱클레어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싱클레어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라틴어 학교에 새로 전학 온 '데미안'의 도움을 받아 크로머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자신을 구해준 데미안 역시 크로머와 함께 지워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와 멀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점차 더욱 가까워지게 되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브락사스는 무엇인가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82_217411_311.jpg)
싱클레어는 어느 날 데미안에게 자신이 꿈에서 본 맹조(猛鳥)의 그림을 그려서 보내는데, 데미안은 그에 대한 답신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린다. 그 알은 새의 세계다. 알에서 빠져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 한다.
새가 더욱 먼 곳을 향해 날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외부 세계로부터 안락하게 보호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 즉 알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오랜 발버둥 끝에 알을 깬 새가 날아간 곳은 '아브락사스'이다. 그리고 아브락사스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신이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세계를 파괴하고 도달한, '아브락사스'가 거하고 있는 세계는 선과 악을 초월한 또 다른 세계이다. 그 세계에서는 물질이 곧 정신이며 정신이 곧 물질이고 시작과 끝이 동시에 하나로 이어져있다. 즉 평온하기만 한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분적인 세계를 초월하려는 자아의 투쟁이다. 이런 점에서 싱클레어의 그림에 대한 데미안의 답신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며 결말의 내용을 암시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싱클레어와 데미안, 그리고 완성된 내적성장
![[사진=픽사베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4/408382_217412_332.jpg)
내부 세계의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음의 거울에는 운명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두운 그 거울 위에 허리를 굽히기만 하면 나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은 내 친구며 내 인도자인 그 사나이를 닮아 있었다.
소설 속 마지막 문장을 통해 주인공 싱클레어는 선인지 악인지, 빛인지 어둠인지 모를 데미안을 끝내 자신의 자아 속에 내면화함으로써 낡은 세계를 부수고 아브락사스의 품에 안겼음을 시사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단지 가까운 벗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구도자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였을까. 작가는 이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종국적으로 이루어지는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내적 합일을 통해 작가는 성장의 끝이란 둘로 나뉜 세계 중 어느 하나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초월하는 세계에 도달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평온히 존속하고 있는 기성의 세계를 허물어야 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