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과 고딕양식 그리고 세기말 감성
고딕양식의 다양한 확장성을 보여준 평화의전당
해리포터 시리즈의 유행과 고딕스타일의 재해석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고딕 양식의 대강당에서 K-POP이 흘러나온다.
19세기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된 로맨스 장르의 고딕소설, 20세기 우울한 주제를 담은 고딕락 등 서양문화에서 고딕과 관련된 서브컬쳐들은 어둡고 음침하다.
당시 유럽은 십자군 전쟁의 거듭된 실패와 함께 흑사병이 대유행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 서유럽의 방패 역할을 하던 비잔틴제국이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멸망하면서 서유럽인들은 세계의 종말을 예언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부른 '대성당의 시대'는 당시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평화의 전당이 건립되던 1999년 한국 역시 세기말적 감성이 유행했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전세계적인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중세의 이민족 대신 컴퓨터가 세계의 종말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아무일 없이 2000년 1월 1일이 시작되었고 반대로 컴퓨터통신의 발전은 새로운 한국 사회를 열어 주었다. 반도체 산업과 게임산업 등이 발전하면서 IMF로 무너졌던 한국 경제는 재도약을 이뤄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평화의 전당은 각종 영화 시상식과 콘서트, 팬사인회 등을 개최하며 21세기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다.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고, 오디션 프로 결승, 대학가요제 등의 무대로 사용되면서, 고딕양식 특유의 정적이고 무거운 느낌 대신 젊고 캐주얼한 이미지를 확보했다.

특히 2000년대 10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인해 2010년대 이후로 중세 고딕양식에 대한 재해석이 일었다.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는 마법학교는 중세 고딕양식의 건축물 바탕으로 한다. 이로 인해 고딕양식의 캠퍼스 건물이 해리포터의 세계관과 결합되면서 종래의 종교적이고 경건한 이미지 대신 10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현재 평화의전당은 시상식, 클래식 공연은 물론이고 아이돌 쇼케이스, 팬사인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고딕양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