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50% 사용하는 해외 CP는 소액 혹은 무대가로 망 사용
1% 인 네이버는 연간 700억원의 망 사용료 지불 중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갈등이 뜨겁다.
◆ 급성장한 넷플릭스

편하게 집에서 영화, 드라마를 볼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은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지난 3-4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의하면 넷플릭스의 2018년말 국내 가입자 수준은 127만명, 방통위의 2018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했지만 트래픽 점유율은 높은 편이었고 작년에는 2019년 국내 매출에서 2배가량 증가한 4154억원을 기록했다.
◆ 넷플릭스가 우리의 모바일 기기로 오기까지…ISP, CP 용어 정리
넷플릭스의 동영상이 우리의 모바일 기기에서 제공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망이 이용되어야 한다. 넷플릭스 서버에서 우리나라까지 들어오는 데 이 망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 홍콩 등의 서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국제회선을 이용하거나 부산에서 서울, 동작, 서초로 들어오는 국내 회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이 망을 사용한 대가를 한번도 내지 않았다. 이번 갈등은 SKB가 인터넷 망을 사용한 만큼, 돈을 내라고 요구한 것이 골자이다.
정확한 명칭을 정리하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SKB, LG U+, KT를 ISP라고 부른다. 이 ISP가 제공하는 인터넷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을 망 사용자, CP라고 이야기하며 CP는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네이버, 카카오, 구글(유튜브) 등이 포함된다.
◆ 기존 ISP, 국내 CP의 관계

국내 CP들은 연 10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2020년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유튜브) 25.9%, 넷플릭스 4.8%, 페이스북 3.2%을 기록하며 해외 CP가 나란히 1,2,3위를 차지한 반면 네이버는 1.8%, 카카오 1.4%, 웨이브 1.18% 등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업체는 해외 CP에 비해 트래픽이 적음에도 그들만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역차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해외 CP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거나 소액을 내고 있다.
◆ 성장한 만큼, 늘어난 망 사용량
넷플릭스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지만 ISP는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ISP는 2019년 여러 차례의 해외 망 접속회선 용량 증설에 나서야 했으나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불가피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비슷한 상황에서 일부 망 사용 대가를 지불했으나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이용에 대한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한편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의 오렌지, 미국의 버라이즌·AT&T·컴캐스트 등 해외 ISP를 상대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요청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9년부터였다. SK브로드밴드는 그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재정 신청을 냈다. ISP가 CP와의 망 사용료 갈등으로 정부에 중재를 요청한 첫 사례다. 구체적인 이유는 해외 CP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협상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법도 시행되고, 해외 CP들도 국내 인터넷망의 안정성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게 한다며 CP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자,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못하겠다며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의 중재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 법원으로 번진 갈등

6월 25일, 넷플릭스는 SKB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하여 1심 패소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협상은 기업 간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결정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연결상태 유지라는 역무를 SK브로드밴드로부터 제공받고 있어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이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 넷플릭스는 많게는 800억 원 이상의 망 이용료를 낼 수도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 SKB의 입장

SKB는 국내 CP들은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해외 CP들은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해외 CP들이 유발하는 트래픽이 엄청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설비를 증설했기 때문에 이들도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 넷플릭스의 입장
넷플릭스는 해외 어디에서도 SKT처럼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ISP는 없고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국가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의거해 트래픽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특별하게 대가를 요구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는 SKT가 소비자에게 통신료를 받는데 CP에게도 망 사용료를 받으면 이중으로 요금을 받는 것이라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1심에서 패한 넷플릭스는 항소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 넷플릭스는 해외에서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어떠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도 제공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결국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올려 망 사용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벌써 많은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이 넷플릭스의 구독료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 LG U+, KT 도 이어서 사용료 요구할까?
이번 판결을 근거로 통신사들이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과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마찬가지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LG U+, KT도 앞으로 망 사용료 협상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