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이틀 전 총리 임명된 아리엘 앙리, 용의자 바디오와 통화 사실 확인돼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지난 7월 발생한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에 현직 총리인 아리엘 앙리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직접 검찰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확대되고 있다.
![아리엘 앙리 총리 뒤 조보넬 모이즈 대통령 사진이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9/405123_208540_1518.jpg)
◆ 용의자 검거 상황
7월 7일 아이티 대통령인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자택에서 괴한에 의해 총살당했다. 2개월이 흐른 현재,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과 아이티 경찰, 아이티계 미국인 등 44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그러나 아직도 배후가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대통령 암살을 기획하고 지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체포된 이들 중 많은 이들은 군인 출신의 콜롬비아인이다. 그들은 몇 달 전 온-오프라인을 통해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한 국가의 치안과 민주주의 회복을 돕는 일" 혹은 갱단과 싸우는 일이라고 소개받았다. 또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유력 미국 보안기업이 모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티 경찰은 여러 명의 전직 상원의원과 공무원 등을 추가로 추적 중이다. 이번 아리엘 앙리 총리가 의혹에 연루된 까닭도 경찰이 7월부터 쫓고 있는 조제프 펠릭스 바디오 때문이다.
![검거된 용의자들 [사진=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9/405123_208538_1516.jpg)
◆ 왜 의심받고 있는가?
조제프 펠릭스 바디오는2013년부터 정부 반부패 기구 등에서 일하다 지난 5월 해임됐다. 또한 법무부 전 관리인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경찰은 바디오가 범행 사흘 전 모이즈 대통령 암살 명령을 직접 내렸다고 밝혔다. 당초 모이즈 대통령을 체포하는 작전이었다가, 암살 작전으로 변경해 사건에 가담한 콜롬비아인들 2명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앙리 총리는 바디오와 사건 직후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며 의심을 받고 있다. 바디오는 지난 7월 7일 모이즈 대통령 암살 몇 시간 후인 새벽 4시 3분과 4시 20분 두 차례에 걸쳐 총 7분간 당시 총리 지명자였던 앙리와 통화했다.
통화 시점에 바디오는 대통령이 암살된 사저 부근에 있었으며, 앙리 총리는 포르토프랭스의 한 호텔에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앙리 총리는 이미 현지 언론을 통해 자신이 바디오와 아는 사이며, 바디오가 대통령 암살에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리엘 앙리 총리 [사진=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9/405123_208536_1514.jpg)
◆ 아리엘 앙리 총리, 그는 누구인가?
아리엘 앙리 총리는 71세로 신경외과 의사 출신으로 사회노동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11월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아이티 수반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도좌파 정당인 이니포스 소속인 앙리는 공중보건부 자문 역할을 해오다 미셸 마텔리 전 아이티 대통령 지명으로 2011년 사회노동부 장관직에 취임했다. 5년 후에는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식 취임 전에 모이즈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클로드 조제프 전 총리와 총리 자리를 두고 갈등했고, 이후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7월 20일 총리로 취임했다.
◆ 암살 2일 전, 총리로 지목된 후 자리싸움
앙리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틀 전 새 총리로 지명됐다. 그러나 취임식을 치루지 못한 채 갑자기 대통령이 서거하며 문제는 복잡해졌다.
지난 4월 전임 총리의 사퇴 후 '임시 총리'로 취임해 있던 조제프 총리 겸 외교장관은 모이즈 대통령 피살 후 스스로 국정 전면에 나서며, 총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두 명이 됐기 때문이다.
아리엘 앙리는 강하게 반발했다. 앙리는 아이티 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당한 아이티 총리라고 주장했다.
피살 직후만 해도 유엔 아이티 특사가 조제프 총리가 대선 전까지 아이티 지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국제사회가 조제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했으나 결국 앙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엔(UN), 미주기구(OAS) 특사와 아이티 주재 대사들로 이뤄진 ‘코어그룹’도 아이티 정부를 향해 앙리를 총리로 임명하라고 권고했다. 결국 클로드 조제프 임시총리가 7월 19일 사퇴하며 '두 총리'의 권력 다툼은 일단락됐다.
조제프 총리는 지난 한 주간 앙리 지명자와 따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18일 결국 "국가를 위해" 자신이 사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9/405123_208542_1543.jpg)
◆ 증폭되는 의심
이번 바디오와의 의혹과 암살 연루 의혹에 총리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대통령 암살 용의자와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궁금증과 혼돈도 커지고 있다.
아이티 옴부즈맨사무소는 전날 총리가 당장 사퇴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검찰과의 다툼
아이티 검찰이 직접 현직 총리를 겨냥하며 앙리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티 검찰은 용의자와의 통화 기록이 확인된 아리엘 앙리 총리에게 검찰 출석을 지난 10일 요청했다.
앙리 총리는 검찰의 출석 요청에 대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교란전술"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전날에는 "혼란을 불러오고 정의 실현을 막으려는 이런 교란전술은 통하지 않는다"며 "끔찍한 암살사건을 기획하고 명령한 진범들은 반드시 밝혀져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아이티 검찰은 14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의 수사판사에게 아리엘 앙리 총리를 수사하고 기소할 것을 요구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검찰청의 베드포드 클로드 검사는 이민당국에 총리의 출국금지도 함께 요청하며 "앙리 총리의 기소를 요청할 만한 충분한 요소들이 있다"고 전했다.
◆ 담당 검사를 해임한 총리
검찰의 기소 요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앙리 총리가 클로드 검사를 해임했다. 총리는 서한을 통해 "심각한 행정상 과실들"로 클로드 검사를 해임한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9/405123_208539_1517.jpg)
◆ 전 총리도 의심받았다
한편, 7월 15일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 역시 암살 배후로 지목받기도 했다. 콜롬비아 유력 매체인 카라콜 뉴스는 전날 미 연방수사국(FBI)과 아이티 수사당국이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의 주요 배후 인물로 조제프 총리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모이즈 대통령을 납치해 조제프 총리가 대통령 자리에 대신 오르게 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아이티 경찰은 이날 카라콜의 보도를 특정해 반박 성명을 내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도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도를 '거짓'이라고 표현했다. 샤를 청장은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는 모든 선전 활동에 대해 경고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