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주목걸이 전략의 거점이 된 스리랑카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친중노선의 명암
채무의 늪 '수중엔 $16억 뿐인데 빚은 $45억'

[시진=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신화통신/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중국이 해양패권 경쟁의 중요 거점으로 인식되어 온 스리랑카에 거대 자본을 투입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거점국가를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해상 실크로드의 최대 거점으로 급부상한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PSM뉴스 등은 에리트레아, 케냐, 코모로 등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이 8일 인도양 중북부 국가인 몰디브에 이어 스리랑카 인도양 서남부의 스리랑카를 순방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협력국으로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인도양의 해상 거점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상황에서 중국은 스리랑카를 확보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 미국의 다이아몬드 vs 중국의 진주목걸이

미국은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도, 일본, 호주와 함께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약칭 '쿼드(Quad)'를 창설했다. 이들은 인도양 지역에서의 정기적인 해상 군사훈련을 통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해오고 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술 더 떠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3개국을 포함한 일명 '쿼드플러스(Quad Plus)'를 제안한 바 있다.

남중국해부터 인도양까지 이어진 미국의 해양봉쇄에 주요거점 항구들을 확보해 교역료를 확보하는 일명 '진주목걸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해양 전체를 차지하는 대신 제도나 항만을 효율적으로 장악해 남중국해부터 중동까지 이어지는 루트를 만드는 전략이다. 쿼드 4개국이 '다이아몬드 꼴'로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해 미중 해양패권 전쟁을 '다이아몬드 대 진주목걸이의 대결'로 비유한다.

진주목걸이 전략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 미얀마의 시트웨,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스리랑카의 콜롬보, 몰디브 제도, 파키스탄 과다르, 아프리카 대륙의 지부티 등이다. 이 가운데 스리랑카는 진주목걸이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지역으로서 미국의 우방이자 쿼드 회원국인 인도와 인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사진=진주목걸이 전략의 중간 지점인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EPA/연합뉴스]
[사진=진주목걸이 전략의 중간 지점인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EPA/연합뉴스]

■ 마힌다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친중외교

스리랑카는 지난 2005년 마힌다 라자팍세 전 대통령 집권부터 본격적인 친중행보를 걸어왔다. 마힌다 대통령은 당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약 56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이 돈들은 항구와 공항 건설, 도로망 확장 등 대규모 국가기반시설 건설에 투입됐다.

[사진=현재도 총리직을 수행하며 친중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힌다 라자팍세 전 스리랑카 대통령, EPA/연합뉴스]
[사진=현재도 총리직을 수행하며 친중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힌다 라자팍세 전 스리랑카 대통령, EPA/연합뉴스]

그러나 마힌다 집권 초기 중국에 빌린 막대한 규모의 차관은 국가 부채로 되돌아왔고, 결국 10년 간의 장기 통치의 종식과 야권의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 당선으로 외교스탠스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존 케리 국무장관을 초청해 미국과의 우호를 다지는 한편 친중정책 이후 멀어졌던 인도와도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은 지속됐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임기 중 해군협정을 체결해 중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갔다. 지난 2011년 마힌다 대통령이 중국 해군기지 건설을 허가한 이래 스리랑카 내에서 중국해군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져갔다. 지난 2014년에는 중국 북해함대 소속 잠수함이 스리랑카의 콜롬보항에서 발견돼 인도는 물론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일도 있었다.

■ 바누아투와 같은 전철 밟는 스리랑카

중국은 앞서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남태평양의 바누아투를 경제적으로 예속화시킨 전례가 있다. 바누아투에 국회의사당과 총리실 건물, 컨벤션센터 등 공공기관 확충을 위한 자금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바누아투는 중국이 투자한 막대한 금액의 채권을 환급하지 못했고 결국 주요 항만시설의 운영권을 중국계 기업에 넘기게 됐다. 중국이 인구 30만의 소국 바누아투에 큰 공을 들인 데에는 호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호주 북동부에 위치한 바누아투를 군사기지화 한다면 시드니, 브리즈번 등의 도시가 군사적 위협을 받게 된다. 

스리랑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져왔다. 지난 2016년 일대일로 사업으로 건설된 함반토타항이 중국 국영기업 자오상쥐 소유로 넘어갔다.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항구 지분의 80%를 매각하고 99년간 항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이양한 것이다. 해당 항구는 군사적 목적으로의 전환을 불허하고 있지만 함반토타항을 비롯해 일대일로로 건설된 대부분의 인프라 시설들이 중국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 Wikimedia Commons/Deneth17]
[사진=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 Wikimedia Commons/Deneth17]

현재 스리랑카가 중국에 상환해야 할 채무는 스리랑카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외하고도 총 33억 8천만 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는 16억달러(약 1조 9천억원)지만 2022년에 상환해야 할 채무는 45억달러(약 5조 4천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함반토타항의 사례처럼 주요시설들을 중국에 넘기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바누아투에 이어 스리랑카까지 경제적 예속화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채무제국주의로 비판받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 이어 친인도 성향의 몰디브까지 방문하며 인도양에서의 지배력을 나날이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연초부터 이 지역에서의 긴장감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전쟁의 다음 격전지는 어디가 될지 중국의 행보에 세계인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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