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최저임금 시간당 9천160원으로 결정, 경기 회복 전망 반영한 수치
경영계·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 반발... 전문가들 우려의 목소리도
최저임금 인상, '양날의 검' 같은 존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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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장연서 기자] 지난 12일,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천1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440원, 5.1% 인상된 수준이다.

이전에 최저임금위원회는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논의에 나선 바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3차까지 제출한 최저임금 요구안이 수렴되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안건을 표결에 부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높인 것은 지난 2년 동안 유지한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전망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 최저임금 인상에 엇갈린 노동계 시선... 우려의 목소리도

의결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부족함에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노총 관계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최종 인상 금액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상 수준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언급하며 그 책임을 최저임금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9천30∼9천300원으로 제시한 데 반발해 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인상 구간의 상한이 1만 원에 못 미친 데 대한 반발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인상 공약)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들어낸 경제 충격 속에서 대치국면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실제 실물경제 지표상으로 봐도 외환위기 이후에 22년 만에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또, 4차 대유행이 시작됨과 동시에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발생할 고용 충격에 잇따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높아진 인건비에 문 닫는 편의점

1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4, 세븐일레븐, CU와 같은 편의점들이 5개 가운데 1개꼴로 심야에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들이 이처럼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데는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심야에 아르바이트생에게 야간수당까지 줘야 하는 편의점 가맹주들의 부담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전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 후 성명을 내고 "그간 점주들이 근무시간을 늘리면서 인건비를 줄였다"며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그렇게 하더라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의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각종 경제단체들은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의 인상에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예고하며 경고하고 나섰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명백히 초월했다"며 인상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 및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 투쟁을 거듭한 공익위원과 노동계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물론 기업인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실업난을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급 여력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소상공인 연합회(소공연)는 "이번 인상은 '소상공인 발' 한국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안정화로 사업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인상돼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기중앙회는 "지급 여력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절박한 호소에도 인상을 강행했으니 향후 초래될 부작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 '최저임금'에 숨겨진 양날의 검... 부작용을 줄이려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최저임금제 제1조)

이렇듯 최저임금법은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통해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노동자와 사용자는 '임금 인상' 대 '동결' 혹은 '삭감'으로 매년 거의 동일한 대치 상황을 이어왔다.

노동자 위원회 관계자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며 노사 어느 한쪽의 주장을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삭감 혹은 동결은 노동자 위원의 지적대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으며 갈수록 녹록지 않아져 가는 경제 상황은 노사 간 협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따른 부작용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 최저임금제 보완과 지원책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직군별·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기업의 지급 능력 포함 등을 촉구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 지급 능력 평가, 최저임금의 격년 결정,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개편을 요구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에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의 현장 안착을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근로장려세제(EITC)와 소상공인 희망 회복자금·손실보상 제도화 등 근로자와 코로나 충격이 컸던 사업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을 최대한 보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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