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코로나19로 일상이 돼버린 가상현실 플랫폼
구찌-루이비통-발렌티노 등 "가상현실 기반의 마케팅 펼쳐"

[사진='제페토'에 진출한 구찌, 구찌 홈페이지]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패션계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로 잠재적 고객인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왔던 가상 현실 '메타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한걸음 빨리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다. 아바타와 메타버스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대세 여자아이돌 그룹 '에스파'와 같이 엔터테인먼트 사업뿐만 아니라 교육, 기업 업무 등 메타버스가 활용되지 않는 업계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만큼 메타버스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메타버스의 '메타(meta)'란 '가상, 초월'을 뜻하고 '유니버스(universe)'는 우주, 즉 '세계'를 뜻한다. 즉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조금 더 진보되고 복잡한 기술로 발전했다. 이에 대면과 비대면 세계가 뚜렷하게 나눠져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다. 

[사진=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MZ세대는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된 메타버스에 열광했다. 그들에게 메타버스는 복잡한 현실로부터 벗아나게 해주는 도피처이다.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기를 보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내세운 가상현실 메타버스가 친근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상품 구매를 넘어 경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특성을 고려해, 이들 세대를 겨냥한 기업들이 마케팅에 메타버스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엿본 패션업계 또한 이를 활용한 홍보와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사진='제페토' 내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위), 젠틀몬스터(아래), 제페토]

◆ 메타버스 세계에 잇따라 입점하는 패션 브랜드

구찌(Gucci)는 해외 력서리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구찌는 창사 100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본떠 '구찌 가든'을 열었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구찌 빌라 맵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해당 브랜드 명품으로 꾸밀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직접 들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구찌 디오니소스 백이 프리미엄이 붙어 4천115달러(4백60만원)에 판매돼 가상세계와 현실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이슈로 화제를 모았다. 이는 가상의 아바타를 꾸미는 패션 아이템이 단순한 '게임 아이템'을 넘어섰다는 점을 의미한다. 

패션계 메타버스 활용의 중심 브랜드인 구찌 외에도 크리스찬 루부탱, 나이키, 푸마, MLB, 키르시 등 다양한 연령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많은 브랜드들이 제페토에 매장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젠틀몬스터, 폴로 랄프로렌 등도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발렌티노 컬렉션 의상과 '동물의 숲' 내 의상, 발렌티노]
[사진=발렌티노 컬렉션 의상과 '동물의 숲' 내 의상, 발렌티노]

◆ 메타버스 게임 내에서 신상품 공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작년 3월 출시된 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패션 브랜드들은 이런 메타버스 기반 게임을 MZ세대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선정했다. 

마크 제이콥스, 안나수이, 발렌티노 등의 해외 유명 브랜드는 '모여라 동물의 숲'에서 신상품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관객을 초청한 오프라인 패션쇼 개최가 어려운 시기에 일종의 온라인 패션쇼를 대신한 것이다. 게임 유저들은 각 브랜드가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의상 ID를 입력하면 캐릭터에 아이템을 입힐 수 있다. 

[사진=루이비통 스킨을 착용한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리그 오브 레전드]
[사진=루이비통 스킨을 착용한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리그 오브 레전드]

한편 가상세계에서 패션아이템을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Nicalas Ghesquiere)는 앞서 RPG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버추얼 캐릭터를 위한 의상을 출시한 바 있다. 오랜 시간 게임을 비롯한 가상세계에 지속적인 애정을 내비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게임 내 착용가능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 캡슐 컬렉션을 출시해 완판 기록을 세웠다.

[사진=메타버스 가상 런웨이, 보그]
[사진=메타버스 가상 런웨이, 보그]

◆ 온라인 패션쇼 플랫폼 'IMVU'

미국 소재 동명의 회사가 제작한 메타버스 채팅 플랫폼 'IMVU'가 유명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해 온라인 패션쇼를 보여주고 있다.  

IMVU의 온라인 매장에서는 오프라인 제품을 디지털화한 패션 제품을 판매하며 장신구, 의류 등을 합친 판매 제품 숫자가 5000만개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가입자가 급증해 매달 각국에서 접속한 600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이 제품들을 구매하는데 총 1천400만달러(155억원)를 지출한다. 

[사진=패션 브랜드 '파브리칸트' 디지털 화보, 파브리칸트]
[사진=패션 브랜드 '파브리칸트' 디지털 화보, 파브리칸트]

◆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패션 브랜드 런칭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은 아이템을 선보이는 메타버스 기반 새 패션 브랜드 '파브리칸트(The Fabricant)'가 등장했다. 'Always Digital, Never Physical(우리는 데이터만 낭비하고 상상력만 활용한다)'의 슬로건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패션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패션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곳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AR 드레스가 9천5백만 달러(1천75만원)에 낙찰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이 드레스는 오직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예술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패션은 패션 산업으로 유발된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MZ세대는 메타버스에서 활용하는 또 다른 자아 '아바타'에 내가 바라는 모습을 투영하고 돈을 쓰고 애정을 쏟는다. 패션 업계는 이 점에 주목해 잠재적 고객이 될 1020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온라인 아바타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D2A(Direct to Avatar) 시장 규모가 2017년 기준 300억달러(33조4백억원)에서 내년에는 1.7배 뛴 5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미국 패션 잡지의 한 창업자는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브랜드를 착용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물리적 형태로 갖고 싶어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패션 업계는 메타버스 속 수요가 오프라인의 패션 수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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