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여파 거세
정몽규 회장 사퇴설까지...당분간 추가 수주 어려울 듯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흔들리고 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그간 발생했던 중대재해까지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붕괴 사고 피해자 가족들 "사과 한번 없는 기업"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로 인근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13일 계단 난간에서 실종자 1명을 발견했으나 다른 요구조자 구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의 심각성과 달리, 현대산업개발의 대처는 미진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은 안모씨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표이사라는 분이 지나가다가 저한테 잡혀서 억지 사과는 했었다"며 "'죄송하다고 빨리 수습하겠다' 그 이야기만 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사고가 난 다음날인 12일 사고현장을 방문해 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 씨는 당시에도 유 이사가 "'죄송하다', '빨리 수습하겠다'고 억지사과를 한 것 외에는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1/407151_214477_624.jpg)
안전평가 '매우 미흡'...5년간 중대재해만 5건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지난해 정부안전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분기 전국 179곳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불시 점검해 '공공 건설공사 참여자에 대한 안전관리 수준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산은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최하 등급인 '매우 미흡' 을 받았다.
현산의 부실한 안전 관리는 고스란히 중대 산업재해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등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명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016∼2020년) 현산 관련 사망 사고는 5건이다. 공개 기준을 미충족해 알려지지 않은 사고는 이보다 더 많다.
중대 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동시 2명 이상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 동시 10명 이상 중 하나 이상의 요건을 충족한 사건이다.
![[14일 HDC현대산업개발 증권거래 차트. 사진=한국거래소/네이버금융]](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1/407151_214473_5745.jpg)
신뢰도 추락에 외국인·기관 떠났다...주가 급락
신뢰도 하락의 여파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14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장 시작과 동시에 급락했다. 반등의 기미 없이 꾸준히 하락하던 주가는 전일대비 8.25%(1,700원) 하락한 18,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고일인 11일부터 나흘 연속 하락세로 지난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주가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거셌는데, 기관은 822,600주를, 외국인은 97,721주를 팔아치우며 하락을 견인했다.
지난 2018년 5월 설립된 HDC현대산업개발은 종합건설회사로 도급방식의 건설공사를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개발형 건설 사업에 주력해왔다.
주요사업은 건설공사(자체공사, 외주주택, 일반건축, 토목 등)와 기타사업( PC사업, 호텔 및 콘도, 주거용건물 개발, 공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표적인 건설 브랜드로는 '아이파크'가 있다.

정몽규 회장 물러나나...업계 "경영진 책임 피하기 어려울 것"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비슷한 사고를 내 국민적인 질타를 받았다. 광주 학동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지나가던 버스를 덮친 '광주 학동 참사' 당시, 정몽규 회장은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7개월여만의 참사가 반복되면서 정 회장의 재발방지대책은 공수표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이라 법적 처벌은 피할 것으로 보이나 여론의 비난과 경영진 책임론에 대한 지적은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형 사고가 처음이 아니고 이번에도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있어 대표 등 경영진들이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도 높은 쇄신안을 들고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시가총액이 붕괴 사고 여파로 나흘 동안 4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사진은 13일 오후 건물 외부에 붕괴 잔해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1/407151_214491_2617.jpg)
향후 수주 전망 불투명
신뢰도 하락에 따른 계약 해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산이 시공하기로 예정된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다. 운암3단지는 오는 3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고 이후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마무리되고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추가 수주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정비 사업지에서 당분간 수주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