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등 못해도 금메달
같은 복장, 다른 판정...알쏭달쏭 실격 기준

[월드투데이 김수민 기자] 개막 닷새째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전례 없는 '개최국 텃세 판정'으로 얼룩지고 있다.

[사진=황대헌 선수, 로이터/연합뉴스]
[사진=황대헌 선수, 로이터/연합뉴스]

中, 결승선 1등 통과 없이 금메달 2개 획득

◆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편파 판정 논란은 지난 5일 진행된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에서부터 불거졌다. 

준결승에서 3위로 달리던 중국은 13번째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수 교대를 시도했으나 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 장위팅이 런쯔웨이에게 터치를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선수가 사이에 끼면서 터치가 불발된 것이다. 

상대팀의 진로 방해 등으로 선수 간 터치가 불발된 경우, 반 바퀴를 더 돌아 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NF(Did Not Finished-완주하지 못함)으로 실격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독 과정에서 선수 간 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심판들이 인지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2위 미국과 3위 러시아에 '상대 방해'라는 명목으로 페널티를 주고 실격 처리했다. 미국의 경우, 교체 선수가 일찍 레이스 라인(블루 라인)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결선에 올랐고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이준서 선수,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이준서 선수, 로이터/연합뉴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중국 홈 어드밴티지'는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더욱 노골화됐다. 준결승 1조에서 1위로 레이스를 마친 황대헌은 비디오 판독 결과 인코스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다며 실격 처리됐다. 

뒤이은 준결승 2조 경기에서도 이준서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헝가리 사올리 샨도르 류와 접촉 과정 중 레인 변경 반칙을 사유로 실격 처리했다. 

이 과정을 통해 1, 2조 3위를 기록한 중국 리원룽과 우다징이 각각 황대헌과 이준서를 대신해 결승에 올랐다. 결승선에서도 중국에 유리한 판정은 계속됐다.

[사진=사올린 샨도르 류의 몸을 손으로 잡는 런쯔웨이.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사올린 샨도르 류의 몸을 손으로 잡는 런쯔웨이. 로이터/연합뉴스]

결승선을 앞두고 중국 런쯔웨이와의 치열한 몸싸움 끝에 헝가리 사올린 샨도르 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런쯔웨이는 사올린 샨도르 류의 몸을 손으로 잡는 플레이까지 선보였음에도 페널티는 사올린 샨도르 류의 몫이었다.

납득 어려운 페널티 남발은 중국 런쯔웨이, 리원룽에게 순서대로 금, 은메달을 안겼다. 동메달은 헝가리 사오앙 류에게 돌아갔다.

8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쇼트트랙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한국과 헝가리의 이의 제기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한국 선수단은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문제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슬로베니아 대표팀, EPA/연합뉴스]
[사진=슬로베니아 대표팀, EPA/연합뉴스]

첫 스키점프 남녀 혼성 단체전, 사상 초유 무더기 실격

스키점프 종목에서도 심판진의 알 수 없는 판정으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일 진행된 스키점프 남녀 혼성 단체전에서 4개국 5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실격됐다. 실격 사유는 모두 '복장 규정 위반'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는 스키점프 유니폼 크기에 관해 특히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유니폼이 헐렁하면 활강 시 '날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폼과 신체의 허용 오차는 남자 1~3cm, 여자 2~4cm다.

여자부 노멀힐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독일 알트하우스가 복장 규정 위반으로 실격돼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알트하우스의 경우, 개인전에서 착용했던 유니폼을 그대로 단체전에서 입고 나왔지만 실격 당했다. 같은 복장, 다른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사진=노멀힐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독일 알트하우스, AFP/연합뉴스]
[사진=노멀힐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독일 알트하우스, AFP/연합뉴스]

일본(4위), 오스트리아(5위), 노르웨이(8위)는 실격 논란 속에서도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국 시상대는 오르지 못했다. 

일본 대표팀 측 분석에 따르면, 경기 당시 경기장의 기온이 영하 10도, 습도가 38%으로 건조한 상태였다. 추위에 근육이 수축하고 체내 수분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의 경우,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종목이다. 슬로베니아의 '초대 우승'은 사상 초유의 실격 사태로 얼룩졌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이다. 

전 세계인의 환호로 가득해야 할 지구촌 최대 규모 축제인 올림픽 경기장에는 중국인의 함성만이 가득하다. 선수들의 4년간의 노력이 헛돼지 않게 중국이 올림픽 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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