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오는 30일 개봉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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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불꽃 귀싸대기와 함께 온갖 욕으로 뒤덮일 것 같던 불륜녀와의 첫 만남, 무엇인가 어긋나고 있다. 나보다 조금 못났으면 위안이 됐을까. 불륜녀를 마주친 순간 곧바로 나의 시선은 스스로를 향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내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다. 평범했던 일상은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사랑하기에 종교까지 바꾸었던 영국 여자 '메리', 사랑하기에 결혼을 포기한 프랑스 여자 '쥬느'는 남편을 공유하고 있었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메리'는 남편의 지갑에서 낯선 여자의 흔적을 발견한다. 흔적을 따라 프랑스로 찾아간 '쥬느'의 집에서 '메리'는 남편의 숨겨진 가족의 실체를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쉽게 말해 불륜 스토리다. 흔한 말로 '하늘이 참 무시하게도' 남편의 죽음으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것이다. 불륜도 모자라 자식까지 있다. 이미 아이를 잃은 '메리'에겐 더 큰 상처로 다가온다. 

시작부터 너무나 명쾌한 불륜 드라마에 자연스레 '메리'의 시선으로 스크린에 집중하게 된다. 이에 파렴치한 남편의 불륜 행각이 드러날 때마다 이로 말할 수 없는 분노에 차오른다. 당장이라도 쫓아가 '메리'를 대신해 캐묻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쥬느'에게도 마찬가지다. 다만 유부남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사랑하기에 그의 무논리는 타당성을 얻게 됐을 뿐이다.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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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느'의 모습을 본 '메리'는 자괴감에 빠진다. 자신과 달리 자식도 있지만, 아직 여성으로서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솔직하다. 그러나 이 솔직함이 부대끼지 않고 되레 공감하게 불러일으킨다. "남성의 몸과 다르게 여성의 몸은 개임의 역사를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지요. 여성들이 현실에 순응하며 자신의 자서전과 다름없는 몸을 감추려고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어쩐지 저는 울고 싶어집니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영국과 파키스탄, 무슬림과 동성애 등 이분법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이 서로 충돌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세계관 속에서 이들은 주변인에 따라 행동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 익숙하다. 이 작품에서도 동일하다. 작품 속에서 서로를 배신하고 누군가는 희생자 혹은 가해자가 되지만, 그럼에도 이 안에서는 치우침 없이 다뤄진다. 다양한 이야기를 층층이 쌓아올렸지만, 그 속에는 산산이 부서진 인물들의 정체성과 마음을 모으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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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표면적인 제목으로 볼 수 있는 두 여자의 사랑 후 후유증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삶의 직선 위에 약간의 흔들림으로 곡선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잠시 머물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흔들림으로 시작으로 직선은 새로운 굴곡을 갖은 곡선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 자는 산 자의 몫을 다해야 하기에 두 여자는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과정도 나 스스로를 잃은 현실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사람하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과 방식을 되짚어 보게 된다.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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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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