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백인 남성, 총기 난사로 흑인 10명 살해
캘리포니아 혐오범죄 32.6% 증가…9·11테러 이후 최대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미국에서 인종차별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에 대한 경각심기 커지고 있다. 증오범죄 혹은 혐오범죄란 가해자가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 특정 소수자 집단에 이유 없는 증오심을 갖고 테러를 가하는 범죄 행위를 뜻한다. 

버펄로 흑인대상 총기난사 범죄

지난 15일, 뉴욕주 버팔로에서 열린 탑스 슈퍼마켓 총격 희생자 추모식 [사진=AP/연합뉴스]
지난 15일, 뉴욕주 버팔로에서 열린 탑스 슈퍼마켓 총격 희생자 추모식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14일, 미국 버펄로에서는 18세 백인 남성 페이튼 젠드런이 총기 난사로 흑인 10명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젠드런은 13명에게 총을 쐈고, 그중 11명이 흑인이었다. 사건 직후 젠드런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목숨을 건진 3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와 불법 무기 소지 혐의 등을 추가하여, 뉴욕주 법원 대배심은 젠드런을 '국내 테러'와 '증오 범죄 살인' 등 25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연방 수사당국은 연방법상 증오범죄로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젠드런이 범행 전 '거대 대체 이론(the great replacement theory)'이라는 인종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뉴욕 남부 소도시에 거주하는 젠드런은 범행을 위해 360km를 운전했다. 뉴욕 북단 버펄로는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젠드런이 증오로 인한 국내 테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사면 없는 종신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혐오범죄 32.6% 증가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오른쪽)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오른쪽)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8일, 캘리포니아 법무부는 지역 내 혐오범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혐오범죄는 1천763건이다. 이는 전년도보다 32.6% 증가한 수치로, 2001년 이후 최고치다.

이중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247건이었다. 2020년 신고된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가 89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 해 만에 발생빈도가 3배 가까이 늘었다. 가장 빈번한 아프리카계 대상 혐오범죄는 2020년 456건에서 작년 513건으로 12.5% 증가했다.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에 대한 혐오범죄도 같은 기간 152건에서 197건으로 29.6% 증가했다. 성적 지향성과 관련한 혐오 범죄 역시 205건에서 303건으로 증가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통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 당시 기승을 부렸던 증오라는 전염병이 여전히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발언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혐오범죄 건수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다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밝히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뭉쳐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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