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만 문제에 대해 "무력으로 현상 바꾸려는 시도 반대" 입장 밝혀
중국, 연일 질타… 외교적 결례에 이어 적반하장 태도까지
'하나의 중국'에 한국도 포함되나

사진 = 지난해 11월 만난 윤석열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 / 연합뉴스
사진 = 지난해 11월 만난 윤석열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 / 연합뉴스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

[월드투데이 우현빈 기자]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대만 무력시위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중국 정부의 비난이 비외교적인 수준을 넘어 점점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으로 인해 파장이 일었다. 왕 대변인이 사용한 표현은 중국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로, '상대방의 간섭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이는 강한 어조로 상대를 비판, 또는 비난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외교부 대변인이 상대국 정상에게 사용한 것은 명백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이에 20일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초치는 '불러들인다'는 뜻으로, 외교상에서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항의하기 위해 정부가 자국에 주재하는 해당 국가의 대사, 공사 등 외교관을 불러들이는 일을 말한다. 이번 초치는 도저히 공적 발언으로는 보기 어려운 대변인의 발언 내용에 정부 차원에서 항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사진 = 주한 중국 대사관의 모습 / 주한 중국 대사관
사진 = 주한 중국 대사관의 모습 / 주한 중국 대사관

하지만 이 같은 초치에 중국은 적반하장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초치에 대한 입장을 물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발언과 관련,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대답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했을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중국의 결례에 대해 한국이 항의했는데 오히려 이에 대해 중국이 다시 외교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공격적 외교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 국무위원이자 외교부장인 친강은 지난 21일 외교부 주최 포럼에서 연설 도중,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불장난'이라는 말은 지난해에도 중국이 대미 관계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사용된 바 있다.

이번 발언에서 친강이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대상을 명확히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강은 "최근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도전한다'거나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파괴한다'는 등의 괴담을 자주 듣는다"며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 어긋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그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의 내용이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거론한 것으로 보이는 점, 전날인 2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러한 발언의 대상은 윤 대통령으로 해석된다.

사진 =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란팅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상하이 로이터 / 연합뉴스
사진 =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란팅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상하이 로이터 / 연합뉴스

또 지난 23일에는 앞서 언급한 '엄중한 교섭'의 내용도 공개됐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새벽, 홈페이지를 통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한국의 차관에 해당)이 지난 2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항의한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쑨 부부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 발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 측은 엄중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쑨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고,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비교했다며 항의했다. 중국의 정책인 '하나의 중국'을 타국 정상인 윤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러한 쑨 부부장의 항의를 들은 정 대사는 "한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 대사의 발언은 대만 문제나 칩4 동맹 등 중국과의 대립각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중국의 무례할 정도로 공격적인 외교는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3일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났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문제 발언은 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 표명"이라며,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고, 남북문제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 지도자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을 모욕하고 도발해 미국에 충성심을 보이고 환심을 사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사진 =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우)과 바이든 미 대통령(좌)의 모습 / AP 통신 / 연합뉴스
사진 =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우)과 바이든 미 대통령(좌)의 모습 / AP 통신 /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발언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역시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 무장 단체', '비합법 정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논리대로 따지자면 남북한의 문제도 '내정'이므로 중국이 간섭할 여지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처럼 한반도의 상황과 대만의 경우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두 경우를 같은 것으로 해석하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보와 한반도의 남북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모순되어 정당성을 잃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24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는 외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만 문제에 민감하지 않다는 게 자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또 '한국은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제외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고 비판하며,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외교적 지위를 높이려는 한국의 시도 역시 한국 외교활동의 운신 폭만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중국 관영매체인 차이나데일리도 이에 가세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아무리 미국의 눈치를 살피고 싶었더라도 대만 문제를 한반도 비핵화 같은 국제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한국이 준수하기로 약속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벗어나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입장에서 대만 문제가 민감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통해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소수민족 지역이나 국경분쟁 중인 국가, 대만 등이 모두 중국이라고 주장해왔는데, 만약 대만이 중국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질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이탈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은 대만을 국가가 아닌 반란단체로 보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입이 내정간섭이라는 주장도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중국은 대국이고, 다른 나라는 소국이다. 이것이 현실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지난 2017년에는 중국 외교부 부국장이 한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는 망언을 한 일도 있다. 심지어 지난 2021년에는 중국 외교부가 한·중 외교부 장관급 통화에 대해 발표하던 도중,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밝히며 "(미국의) 편향된 장단(偏節奏)에 휩쓸려선 안 된다", "옳고 그름(是非曲直)을 파악해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라"는 등 대등한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발언까지 쏟아낸 일도 있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여기는 중국의 역사관·가치관에 기인한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중국은 김연아나 세종대왕을 '중국 조선족'으로 표기하고, 김치, 한복을 중국의 문화,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역사로 날조하는 등, 한국의 것들을 중국의 것으로 우기는 만행을 저질러왔다.

사실상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서 그 '하나의 중국'에 한국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 같은 행보에 이상하리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중국의 이런 뻔뻔한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만에서는 올해부터 여군 전역자를 대상으로도 예비군 소집 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의 위협이 점점 더해가는 상황에서 대만의 주권 수호 노력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대만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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