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슐랭 가이드 제공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슐랭 가이드 제공

[월드투데이=경민경 기자]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세계적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가이드북,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이 발간하는 여행안내서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식도락의 성서'로 유명하다.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는 '레드가이드'와 여행 및 관광 정보를 소개하는 '그린가이드'로 나뉜다. 

흔히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기는 레드가이드를 미슐랭 가이드라 부른다. 실제로 미슐랭 가이드는 1,3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서, 여행에 관한 정보는 앞부분에서 간단하게만 다룬다. 대부분이 레스토랑과 호텔에 관한 정보이고, 이 때문에 미슐랭 가이드는 '미식 가이드'로 인식된다.

앙드레 미슐랭,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 / 사진=미슐랭 가이드 제공
앙드레 미슐랭,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 / 사진=미슐랭 가이드 제공

타이어 회사가 미식 가이드를?

전 세계 미식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미슐랭 가이드, 사실은 타이어 회사에서 출발했다.

'미쉐린'은 1889년 앙드레 미슐랭과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에 설립한 타이어 회사다. 

당시는 자동차가 3,000여 대에 불과했던 시절로, 자동차 이용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다. 형제는 타이어 판매 수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했고, 1900년 '레드가이드'란 이름으로 자동차 여행 안내 책자를 제작했다. 

이 안내 책자는 타이어 교체 방법과 지도, 호텔, 음식점 등 실용적인 정보로 채워졌다. 미슐랭 가이드는 발간 이후 약 20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 더욱 가치를 인정받게 된 운명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한 타이어 가게에 방문한 앙드레 미슐랭. 가이드북이 작업대 받침대로 쓰이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산 물건만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1920년 새로운 미슐랭 가이드를 발행하면서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가이드북 안에 유료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레스토랑 섹션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미슐랭 가이드는 비밀 평가단을 모집해 레스토랑의 음식을 평가하기도 했고, 점점 미식 가이드로서 권위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1926년엔 훌륭한 식당을 선정해 미슐랭 스타를 부여하기 시작, 1936년에는 별점 평가 등급의 기준을 세워 현재의 평가시스템을 완성했다.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미슐랭 스타(★★★), 미슐랭 빕 구르망, 미슐랭 플레이트 

미슐랭 가이드는 레스토랑 안내서인 레드 가이드에서 각 레스토랑에 미슐랭 스타를 부여한다.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한 미슐랭 평가원이 한 식당을 수 차례 방문해 시음·시식하여 객관적인 평가로 식당을 엄선하고, 최대 미슐랭 스타 3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등급을 매긴다. 

여행 가이드북 답게, 미슐랭 스타는 각각의 별점에 여행의 맥락을 담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별 한 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Very good cooking in its category)을 의미하며, 해당 지역에서 방문할 가치가 있는 음식점이라는 뜻이다.

별 두 개(★★)는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Excellent cooking, worth a detour)을 의미, 본래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우회(detour)해 방문할 가치가 있음을 뜻한다.

별 세 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Exceptional cuisine, worthy of a special journey)으로, 오직 이 음식점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별의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 한 개만으로도 가게의 매출이 평생 보장받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두 개나 세 개를 받으면 세계적인 장인으로 인정 받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별 세 개의 레스토랑은 17,000여 개의 표본 중 그 수가 채 1%도 되지 않는다. 프랑스가 30곳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22곳으로 그다음을 차지, 한국은 두 곳이 별 세 개 식당으로 선정됐다.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미슐랭 가이드 / 사진=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미슐랭 가이드에는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 외에 다른 평가도 존재한다.

빕 구르망(Bib Gourmand)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미슐랭의 마스코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모양의 픽토그램이 표시된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적인 가격'은 1인분 평균 4만 5000원 이하(유럽 35유로, 일본 5000엔, 미국 40달러)로 알려져 있다.

2018년엔 '더 플레이트'(The Plate)라는 타이틀도 추가됐다. 이는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뜻하는데, 별을 받거나 빕 구르망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그해 가이드에 소개된 미쉐린 추천 레스토랑을 지칭한다.

음식에 절대적 기준? 미슐랭 가이드를 향한 비판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식가들의 성서’로서 자리하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 발행마다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미슐랭 가이드는 평가가 레스토랑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미슐랭 가이드의 '등급 매기기'다. 음식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호불호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음식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를 매겨 우열을 가리는 발상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2003년엔 별 셋을 받은 유명 셰프 베르나르 루이조가 이듬해 하락된 등급을 받고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미식 가이드의 평가가 식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을 넘어 요리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번진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미슐랭 가이드는 평가 시스템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요리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폴 보퀴스는 “음식은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슐랭 가이드의 권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슐랭 가이드는 지역적 차별, 공정성 등의 논란에도 휩싸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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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식 가이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서라 불리는 '미슐랭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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