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강진 피해 지역 도로 막고 구호물자 약탈
국제사회의 지원 분배 더뎌...이재민 분노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14일 규모 7.2의 강력한 지진을 겪은 아이티가 갱단의 약탈로 구호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진으로 피해가 심했던 레카이 거리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550_207603_4957.jpg)
◆ 아이티의 갱단
아이티에서 갱단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2010년 대지진 이전부터 갱단끼리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식량 창고를 급습하거나, 사람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등의 악행을 벌여왔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강력한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지원받기도 하며 세력을 키워왔다. 아이티 갱단을 통제해야 할 중앙 정부는 오히려 통제력을 잃고 있다.
◆ 대통령 피살 사건 이후, 치안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갱단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 당시 갱단은 국정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당시 누가 총리가 되어야 할지 논쟁이 격화되던 때, 아이티 갱단은 그 틈을 타서 약탈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주로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서 강력 범죄를 일으켰다. 집들을 뒤지고 불태울 뿐만 아니라 설탕, 쌀, 밀가루 수만 포대를 훔쳤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교회, 야외 운동장, 대형 체육관으로 피신을 했다. 이들 중에는 2010년 재앙적인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수십명의 장애인도 포함됐다.
![이재민 캠프 [사진=REUTER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550_207601_4955.jpg)
◆ 대지진 속 갱단
지난 14일 강진 발생 이후 구호 작업이 개시되자 갱단들의 약탈 및 납치도 시작됐다.
그렇지 않아도 지진과 산사태로 도로가 망가져 물자 이동이 어려운 상태에다, 데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레카이 등 지진 피해지역으로 가는 길엔 갱단이 장악한 지역도 있어서 구호물자와 인력의 도달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와 지진 피해 지역을 잇는 도로를 막고 구호물자를 약탈하는 일이 잇따랐다.
미국의 구호단체 빈민대책은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식수와 쌀, 콩, 소시지 등을 싣고 가던 트럭 일부가 약탈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빈민대책은 "운전자들은 무사하고 트럭도 망가지진 않았다"며 구호물자를 앞으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도 로이터에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악화해 주민을 돕는 일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치안 악화를 막기 위해 당국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김월림 선교사는 KBS에 아이티의 지진 피해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이티는 현재 치안이 굉장히 불안한 상태"라며 갱단이 구호 차량을 탈취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휴전 의사를 밝힌 갱단?
약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악명 높은 한 갱단 두목이 구호를 돕겠다며 일종의 휴전의사를 밝혔다.
G9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영상을 통해 "G9 혁명군과 동맹 조직이 구호작업에 참여해 지진 피해자들을 돕겠다"며 조직원을 향해 피해자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느끼라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실제로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셰리지에가 힘 있는 갱단 보스이긴 하지만, G9 외에 다른 범죄조직이 많은 데다 이전의 휴전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G9는 경찰 출신의 셰리지에가 지난해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대의 범죄조직을 연합해 만든 조직으로, G9 결성 이후 아이티에선 몸값을 노린 납치가 급증하는 등 치안이 더욱 악화했다.
◆ 불신의 2010년,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구호작업이 이뤄질까?
지난 2010년 최대 3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지진 이후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이 있었으나 이가 정작 정부의 부패로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다.
11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완전히 지진피해 복구가 되지 않기도 할 정도로, 지원이 미미한 상황이었기에 정부의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아리엘 앙리 총리는 2010년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분배를 약속한 바 있다.
![직접 오두막을 짓고 있는 아이티 이재민 [사진=REUTER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550_207600_4954.jpg)
◆ 지금, 아이티의 구호 작업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천207명으로 늘어났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344명 더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지진으로 완전히 부서지거나 망가진 집이 13만 채가 넘어 기약 없는 천막생활을 하는 이재민도 수만 명이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속속 이어지고 있지만 구호물품이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달되는 속도는 느리고 양도 충분치 않다.
지진 부상자들을 수술해야 할 정형외과 의사가 경찰에 납치되는 등 잇단 납치 범죄도 지진 극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진과 산사태로 도로가 성치 않은 상황에서 범죄 위험까지 커지자 당국은 유엔과 미국이 지원한 헬리콥터로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헬기로 이송 중인 구호물품을 군인이 지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550_207602_4956.jpg)
◆ 분노하는 이재민들
이재민들은 당국의 더딘 지원 속에 절망과 분노를 키워가고 있다. 지진 일주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기댈 곳 없는 이재민들은 결국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포르토프랭스의 친구가 가져다준 물과 음식을 이웃과 나눴다는 레카이 주민 마르셀 프랑수아(30)는 AFP통신에 "정부와 NGO 차량이 지나는 것을 수없이 봤고,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도 지나가지만 나한테 온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에 젖은 축구장에 천막을 치고 지내는 윌포드 루스벨트는 "비참하게 지내고 있다. 빗물 가득한 바닥에서 잔다. 정부에서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재민 캠프로 들어오는 구호품 수송차에 이재민들이 모여들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08/404550_207599_4953.jpg)
레카이 등 지진 피해지역에서는 분노한 이재민들이 직접 구호물자 수송 차량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AP통신은 전날 레카이에 주차된 적십자 트럭에서 사람들이 취침용 패드를 훔치는 것을 목격했으며, 배급을 앞둔 식량이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근 또 다른 마을에서 반쯤 열린 컨테이너 트럭에서 한 남성이 식량 꾸러미를 훔쳤다가 식량을 빼앗으려는 주민들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